오빈아~!...
어느새 네가 장가갈 날이 되었구나.
내일 결혼식에 가느라 내가 좀 고생스런 일정이 되었다만
어찌 내가 네 결혼에 가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대학 입학을 위한 예비고사를 치루고
위대했던 전두환 놈덕에 본고사가 없어지니
갑자기 '닭 쫒던 개' 신세로 바뀐 것도 아닐터인데
집에서 눈치나 보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 위기에
다행이 네 출생으로 내 할 일이 생기니
입을 비죽거리며 심부름 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내 존재감을 식구들에게 유지시킬 수 있었지...ㅎ
네가 얼굴로,소리로 신호를 보내면
기저귀 가는 모습도 구경하고 똥 오줌을 담고있는 네 기저귀도 운반하고
심지어 빨래하기와 개어놓기도 마스터하기에 이르렀지
그때의 경험이 윤영이 태어난 후 내 장모님과 니 외숙모 앞에서
능숙한 솜씨의 조교가 되어 뻐기기도 했단다.
첫 조카라서 더 예뻐 보였는지도 모르지만
네 아기때의 얼굴은 동글하니 포동하니 참 보기 좋았다.
운동체질과는 거리가 먼 몸매로 자라면서도
그 좋은 머리와 착한 심성은 가족들에게 큰 기쁨이 되었었지.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보고 피아노로 몇번 뚱땅거리다
바로 반주해주고 나는 노래 부르고...
그 모습을 아직도 네 외할머니는 너를 생각할 때마다 자랑하신단다.
내가 사회에 나와서 결혼하고 따로 살면서
네 자라는 모습을 가끔 보았지만
항상 밝은 모습과 네 엄마의 자랑으로
잘 커나가는 것은 알 수 있었단다.
내 학교동창이 네 담임이 된것도 재미있는 인연의 이어짐이었고
네 의대 입학이 자랑스럽기도 걱정 되기도 했었지.
너는 대학가서 경험많이 해 보아야 해!
교회에 다닌다고 술자리등을 피하지 말고 부딪혀보고 호,불호를 선택하라고
인생 선배가 되어 충고한답시고 혼자 술취해 버렸던 외삼촌이 웃겼었지?
오히려 지금의 네 모습을 보면
신앙 안에서도 세상과 잘 조화를 이루는 네가 나보다 훨 낫다고 생각한단다.
내일 조카신부를 보겠지만
네가 좋아서 이룬 사랑이기에 이뻐할 것이고 무조건 축하를 보낼 것이다.
이제 진짜로 어른이 되니
네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 조금 더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키우면서 힘들지 않으랴마는
네 아버지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지금도 그 마음속엔 원망이 크게 자리잡고 있을 법도한데
여전히 씩씩하시고 교회에서의 일도 능동적으로 열심히 하시는
네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그 사고로 네 어머니의 수고로움이 늘어났지만
지금도 그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않으며
하나님에게 늘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내 큰누님이자 네 어머니에게 나도 존경심을 갖고 있단다.
다른 대학보다 훨씬 긴 기간과 더 들어간 학비...
네가 그 과정을 마치는 동안 힘들었던 만큼
가족도 그만큼 힘들었었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바라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나가면서
그 보답을 차차 해 나가리라 믿는다.
부부사이는
살면서 맞춰져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단다.
아주 다른 환경에서 살아오며 생긴 다른 사고와 습관이
마찰을 일으키려 할 때마다 지혜롭게 해결하길 바란다.
조금씩만 양보해도 인생길을 나란히 걸어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 이십년 결혼생활을 잘 유지해왔다고 자부하는 내가 주장한다.
앞으로의 네 인생에
계획한 그대로 잘 이루며 나가길 기원하며
결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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