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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정치조직’의 위험한 실체 ... 김인회

똘돌이 2011. 6. 3. 09:59

검찰 내 ‘정치조직’의 위험한 실체


평균에도 못미치면서 이름은 참 거창하네요. 이름값은 해야죠?(사진:뉴시스)


[김인회 교수의 법과 인권이야기 - ‘검찰개혁 미완의 과제’ 4.]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대검 중수부)는 검찰의 최고봉입니다. 대검 중수부는 두 가지 의미에서 검찰의 꿈과 이상을 상징합니다.

첫째, 대검 중수부는 “거대한 범죄, 거대한 악을 척결한다”는 검찰의 꿈을 상징합니다. 둘째, 대검 중수부는 “가장 수사를 잘 하는 최고의 조직”이라는 검찰의 이상을 상징합니다. 얼핏 보면, 가장 뛰어난 검사들이 모여 가장 힘센 권력과 자본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다는 신화가 만들어지는 곳, 바로 대검 중수부입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가 갖고 있는 상징과 희망은 말 그대로 꿈과 희망일 뿐 현실은 아닙니다.

정치적 중립의 허구

대검 중수부는 검찰총장이 명하는 범죄사건 수사를 담당합니다. 오직 그 뿐입니다. 대검 중수부는 정확하게는 정경유착과 같은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관련되는 사건, 사회 이목을 집중하는 사건을 수사합니다. 이런 사건은 곧 한국사회 권력구조의 재편까지를 초래합니다. 5공 비리사건이나 IMF를 초래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 비리 사건이 그런 사례입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사건 역시 한국 사회의 권력구조 재편을 초래하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모두 정권 말 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 발생합니다. 정권 말 권력의 이동시기에 권력형 비리사건이 집중됩니다. 그리고 수사결과, 지는 권력은 처벌 대상이 되고 떠오르는 권력은 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권력형 비리사건, 즉 정경유착사건이 유독 정권 말에 발생하는 것은 바로 대검 중수부가 권력의 행방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비리를 수사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지켜지기 어렵습니다. 정치권력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까요. 권력형 비리 사건에서 실체가 명백히 밝혀진 사건이 몇 개 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나마 참여정부 당시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성과를 보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철저하게 보장해줬기 때문입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 이외의 사건들은 명확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여러 번 특별검사제 도입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대검 중수부가 그만큼 정치적 중립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웅변합니다.

소수의 실력 있는 검사들이 모여서 검찰총장 지시로 수사를 하는 구조는 정치적 중립에 취약한 구조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결정이 검찰총장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 입장에서는 검찰총장만을 설득, 회유하면 됩니다. 권력은 분산됐을 때 공정해 집니다.
견제와 감시 없이 집중되는 순간 정치적 중립은 위태롭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정치권력의 검찰 장악 의도입니다. 또 검찰의 적극적인 정치화 경향입니다. 사건 자체가 워낙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치권력과 검찰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잡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검 중수부 폐지 혹은 그 기능의 이전에 대해, 평검사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경향입니다. 기능의 이전은, 대검 중수부는 폐지하되 그 기능을 지방검찰청으로 이전하자는 것입니다. 대검 중수부 폐지보다는 간접적이지만 검찰총장을 통한 직접적인 정치권력의 간섭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재직시절 대검 중수부의 지방검찰청 이전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내부에선 90% 이상이 찬성했다고 합니다. 검찰 스스로 몇 가지 사건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겁니다.

대검 중수부를 해체한다고 정치적 중립이 곧바로 보장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대검 중수부 폐지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치권력의 간섭 배격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 각오, 여기에 더해 제도적으로 대검 중수부를 폐지한다면 당장의 정치권력 개입으로 인한 불공정 행태는 어느 정도 교정될 것입니다.

수사, 신화와 현실

대검 중수부에 대한 이미지는, 가장 어려운 수사를 가장 잘 해내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대검 중수부는 첫째, 검찰의 수사권을 적극 확대하는 데 기여합니다. 경찰은 능력이 되지 않아 중수부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즉 아무리 경찰이 능력이 좋아 수사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해도 언제나 중요한 사건은 검찰에게 양보해야 합니다.

둘째, 중수부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확립하는데 기여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사를 잘하는 기관은 검찰 중수부이고, 그 다음은 검찰이고, 마지막으로 경찰이다’ 이런 위계질서가 만들어지므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는 너무나 당연한 게 됩니다. 이로써 ‘경찰은 영원히, 수사를 잘하는 검찰 지휘를 받아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완성됩니다.

중수부 신화는 결국 수사를 전면적으로 자신의 지휘아래 두고 싶어 하는 검찰의 신화입니다. 이러한 신화는 검찰의 수사 주재자로서의 희망, 수사에 대한 전면적 지배자로서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사의 주재자로서의 검찰은 단순히 수사만을 지배하는 기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형사소송 중 1심 형사공판 사건의 유죄율이 97% 이상입니다. 아직까지도 재판은 수사의 결과를 확인하는 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사를 지배하는 자가 재판까지도 지배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꿈은 수사의 주재자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형사절차 모두를 지배하는 지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수사주재자, 수사지배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는 최고의 형식으로 대검 중수부가 존재합니다. 대검 중수부가 가장 어려운 사건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신화를 바탕으로 검찰의 수사주재자로서의 지위를 강조합니다.

가장 수사를 잘 하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곳, 대검 중수부. 그러나 이것은 신화이면서 이데올로기입니다. 현실은 신화보다 항상 비참한 법입니다. 대검 중수부의 현실은 신화만큼 찬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대검 중수부가 2004년∼2008년까지 수사 기소한 사건의 결과를 살펴봅시다. 2004∼2008년 사이 5년간 대검 중수부는 264명을 기소했습니다. 이 중 28명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심 무죄율 10.6%입니다. 2008년만을 따로 살펴보면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은 27.3%입니다. 2008년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은 0.31%이고 정식재판인 형사공판 사건의 무죄율은 2.80%입니다. 적게는 10배, 많게는 100배 차이입니다. 항소심과 상고심은 더욱 심각해 그 무죄율은 32%에 이릅니다.

이러한 통계는 대검 중수부가 가장 수사를 잘 하는 곳, 그래서 일반 검사나 경찰들이 따라 배워야 하는 곳이라는 신화가 그야말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피의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범죄행위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검 중수부는 일단 사건을 맡은 이상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문어발식 수사, 흠집내기 수사, 표적수사, 강압수사 등을 자행합니다. 모두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 수사행태입니다. 이러한 수사행태가 가장 수사를 잘 한다는 신화를 갖고 있는 대검 중수부에 의해 유지되는 것입니다.

대검 중수부의 폐지

대검 중수부는 정치검찰의 현실적 기초로서, 그리고 수사의 주재자가 되고 싶은 검찰의 이상향으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이 가장 손쉽게 검찰을 정치화할 수 있고 검찰 스스로 정치권력과 함께 통치의 주체로 등장할 수 있는 통로가 대검 중수부입니다. 그리고 경찰에 대해 수사지휘를 할 정도로 수사를 잘하는 조직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수사 주재자로서의 검찰, 나아가 형사절차를 지배하는 지배자로서의 검찰을 지탱하는 도구가 대검 중수부입니다.

검찰개혁의 방향은 우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보장에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위험한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법률적으로, 실질적으로 분리하는데 있습니다. 지나친 권력의 집중은 항상 권한의 남용과 부패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과제에 비춰본다면 대검 중수부는 폐지돼야 합니다. 대검 중수부의 장점이라는 것은 모두 신화이고 검찰 권한 강화의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김인회(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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