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다이아’의 사표를 왜 수리해요?
두 사람 다...유구무언입니다. 쯧쯧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다른 곳도 아닌, 사정기관에 포진한 대통령 최측근이 비리에 연루됐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예상된 일입니다. 애초부터 이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익으로 뭉쳤으니, 탈선이나 비리는 언젠가 터져 나올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줄을 이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허술함입니다. 대통령 핵심측근 은진수 감사위원의 거액수뢰 사실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은 전 위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하자마자 전격 수리했다. 민정수석실을 직접 찾아 “비리에 대해서는 한 치의 관용도 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히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해석을 덧붙입니다. “은 전 감사위원의 사표수리는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고 철저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사표 제출)은 대통령 훈령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즉 대통령 훈령으로 사표 제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훈령을 어기고 낸 사표를 대통령이 덜컥 수리해 놓고는 그걸 오히려 홍보한 겁니다.
대통령 훈령 제143호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은 감사원,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 중이고, 중징계가 예상될 경우엔 사표 수리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원칙대로 한다면,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사표를 제출했을 경우엔 검찰 경찰 감사원 등에 사표 제출자에 대한 수사 또는 내사가 진행 중인지 문의해야 합니다. 수사나 내사와 무관하다는 회신을 받은 뒤에 사표를 수리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정무직은 예외 아니냐며 말끝을 흐리고 있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예외는 삼권분립 상 독립을 요하는 입법, 사법, 중앙선관위 소속 공무원만 해당합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감사위원은 예외가 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기준을 도입한 건 부패방지 차원입니다. 비리 공무원이 징계를 피하면서 퇴직급여도 모두 받기 위해 먼저 사표를 내는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했습니다. 당시 부패방지위원회가 추진한 부패 근절대책 가운데 핵심적 방안의 하나였습니다. 비리에 연루돼 해임만 돼도 퇴직급여(연금+수당) 등이 깎이게 됩니다.
그 전까진 징계 확정 전에 사표를 내고 나가면 퇴직급여에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는, 부패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중요한 규정과 원칙을 스스로 어겨놓고 그것이 부패 단죄의 단호한 의지인 것처럼 버젓이 내세운 형국이 된 겁니다.
대통령은 그렇다 쳐도, 이런 중요한 원칙을 칼같이 집행해야 할 민정수석실도 이런 내용을 모른 채(몰랐는지 대통령 앞에서 감히 말도 못 꺼낸 것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민정수석실을 방문했다는 대통령을 맞았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언론들도 그 뒤를 따릅니다. “이 대통령 측근이 옷을 벗을 때 ‘무대응으로 대응’하던 것과는 달리 은 전 감사위원의 사표가 전격 수리된 점이 이 대통령과 청와대 내의 위기감을 보여준다.”
추측컨대 이전에 비위 혐의로 자진 사표를 제출한 대통령의 다른 측근들(청와대 배건기 감찰팀장, 장수만 방위사업청 차장)도 같은 수순을 밟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와대가 이러니, 일선 기관도 처리가 제각각입니다. 얼마 전엔 법무부와 검찰이 비리 의혹 검사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사표 제출 당시에는 ㄱ 검사의 혐의가 명확하지 않아 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훈령에서 밝힌 사표수리 금지 기준은 ‘혐의 확인’이 아니라 수사나 조사, 내사 대상인지 여부입니다.
반면 수뢰 의혹을 받은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의 명예퇴직 신청은 이 규정에 따라 반려됐으며, 당시 검찰은 현직 신분인 그를 소환해 혐의를 밝혀냄으로써 파면에 이르게 했습니다. 같은 사건에 연루된 경찰간부들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대기발령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습니다.
약삭빠른 검찰은 끗발을 이용해 조직 감싸기에 나서면서 이 규정을 대놓고 뭉개고 있는 반면, 힘없는 기관들은 규정대로 할 뿐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원칙이 무너지면, 공직기강이 이처럼 춤을 추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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