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정치

청와대,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하세요 ... 양정철

똘돌이 2011. 6. 1. 09:51

청와대, ‘올챙이 적 시절’을 생각하세요


누가 무슨 심보로 청와대 본관을 저렇게 삐딱하게 찍었을까요?


[시시비비 8년의 기록] 옛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뿌린 대로 거두는 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얘깁니다. 청와대는 31일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청와대 핵심인사들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자 유례없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제1 야당의 핵심이란 분들이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국민을 혼란케 하는 근거 없는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면서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사정기관의 대통령 핵심 측근이 비리로 구속까지 된 마당에 사과 한 마디 없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처럼 야당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기세등등하게 엄포까지 놓을 일인가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일 때 했던 말, 자신들이 야당일 때 했던 일을 생각하면 그리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때 그들은 수도 없는 의혹제기와 흑색선전으로 정치판을 혼탁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제기는 차라리 근거나 뚜렷하죠. 당시 그들은 아무 근거도 없이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청와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별 말, 별 일을 다 꾸몄습니다.

대표적인 게, ‘이명박 후보 의혹’은 모두 청와대 정치공작이란 허무맹랑한 공격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후보 대변인은, 숱한 이명박 후보 의혹이 ‘청와대 지시에 의해 국가기관이 총 동원된 정권차원의 정치공작’이라고 허위사실을 날조해 유포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국정원 또는 국세청의 정당한 업무를 공작으로 주장하며, 그 배후에 권력의 중심세력이 뒷조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여러 문건의 유출은 청와대나 정부가 시킨 게 결코 아니었습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서로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문건을 빼낸 것임이 세상에 다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랐던지, 청와대를 공작정치의 핵으로 규정하고 방문해서 조사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의 허물을 남에게 근거 없이 덮어씌우는 파렴치한 정치공작이었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남을 모함하고 국가기관을 무시하는 오만방자한 행태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정치적 쇼까지 일삼은 사람들이 과거 일은 생각 못하고, 그래도 점잖게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사람들을 겁박하니 실소만 나옵니다. 야당의 공격이 앞으로 훨씬 심해진다 해도, 결국 자신들이 뿌린 대로 거두는 셈입니다.

그게 불과 4년도 채 안 된 일입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향해 아래 글을 쓰던 저의 심경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보며,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올챙이 적 시절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후보의 ‘특권’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2007년 9월6일(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브리핑)

청와대는 어제, 선거용 거짓 주장을 제기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주요 인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응은 개탄스럽습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대응을 “명백한 야당탄압” “정치테러”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정치폭압”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테러’ ‘폭압’ ‘탄압’ 등의 섬뜩한 용어를 함부로 구사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거듭 분명하게 밝힙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에 개입할 의사가 없습니다. 물리력을 행사한 일도 일체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그 어떤 인사에게도 위해는커녕 심리적 위축을 끼칠 만한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부당한 공격에 그저 인내하고 인내하기를 거듭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급기야는 청와대에 와서 방문조사를 하겠다고까지 하면서 국가 중요기관을 정치적 퍼포먼스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대체 누가 그런 권한을 한나라당에 부여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오만과 무례는 없는 법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사상 초유의 횡포입니다. 청와대는 특정 정당 정치쇼의 엑스트라 처지를 감내해야 할 만큼 무슨 부끄러운 일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근거 없는 왜곡 법에 호소하는 것이 ‘테러’ ‘폭압’ ‘탄압’인가

법 앞에 억울함을 호소하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법에 의거해, 법이 정한 요건을 따라, 법의 구제를 밟아보려는 최소한의 대응이 ‘테러’요 ‘폭압’이요 ‘탄압’이라면, 법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법의 절차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법률적 대응에 대해 ‘테러’ ‘폭압’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우리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근거 없는 왜곡과 그에 따른 명예훼손조차 검찰이 수사하면 안 된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직접 수사를 하겠다는 뜻입니까. 언제부터 공당이 권한도 없는 방문조사를 하고, 검찰의 명예훼손 수사영역까지 대신하게 됐습니까.

이번 사안은, 냉정하게 보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진실 다툼입니다. 자신들의 주장이 허위가 아니고, 따라서 대통령과 청와대와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없다면 그것을 입증할 만한 사실관계를 제시하면 그만입니다. 법은 ‘사실’에 대한 입증이고 ‘사실’에 대한 판단입니다. 짐작과 주장만으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정치공작”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에게는 짐작과 주장만 있습니다. 그에 대한 사실관계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고도 진실을 가리자는 절차마저 부정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선거판이 더 이상 성역 아니라는 점 겸허히 수용해야

우리는 준엄하게 묻습니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후보의 특권을 주장하는 것입니까. 후보니까 허위주장도 가릴 필요가 없고, 후보니까 남의 명예를 좀 훼손해도 넘어가야 하고,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제기한 법의 판단절차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까.

한나라당은 정치권-선거판이 더 이상 성역이 아니라는 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합니다. 특권정당, 특권후보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은 착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청와대는 지금 정치적으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와대는 공격을 당한 피해자입니다. 1차적으로 그 부당한 피해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이참에 원칙을 바로 세우고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대선정국이라고 해서, 정치권이라고 해서, 야당이라고 해서, 적당하게 함부로 말하거나 대충 무책임하게 행동하면 안 되는 사회적 원칙과 책임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기가 언제든 사람이 누구든, 책임질 수 있는 말과 책임질 수 있는 행동만 진중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청와대는 선거의 유불리나 정치적 계산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의 일이 아닙니다.

반칙과 특권의 유혹 버리고 공명한 선거문화 만들자는 것

거듭 강조드리지만 이번 일은 원칙을 세우는 일입니다. 허위주장이나 공격으로 표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칙의 유혹, 그런 반칙을 저질러도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는 특권의 유혹, 그런 특권의 유혹을 그대로 유지하고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구태정치의 유혹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것입니다.

거짓이나 선동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면서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구태, 책임을 물으면 ‘탄압’이라며 반칙의 보호막을 치는 구태,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해 남의 명예는 밟아버리는 구태를 이번 기회에 청산하고 가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끗한 선거, 공명한 선거의 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원칙입니다.

‘사상 초유의 일’로 생경하게 보는 시각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날의 잣대로 우리의 미래를 재단하면 안 됩니다. 모두가 진작에 지켰어야 할 원칙,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던 원칙을 이제는 지키자는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원칙을 지키면서 ‘초유의 일’들을 하나씩 둘씩 묵묵히 해 나갈 것입니다.


저작자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