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과 詩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나오는 詩

똘돌이 2010. 5. 26. 20:41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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