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에서 한쪽이나마 터 잡고 살아오다
처음으로 회원님들을 본다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버스를 탔지요.
오전 아홉시 발...
아내의 '휴일은 가족과 같이'라는 표어도 양해를 구해 뒤로하고
두시간 걸려 유성에 도착 후 큰아이에게 전화하니 목소리가 꿈나라를 왔다갔다 합니다.
주말이라고 자정에서 두시까지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출출하여 라면을 사먹고 네시경에 잤답니다.
빨랑 씻고 나오라고 명령을 내려놓고 뭘 먹을까 둘러보니 굴밥집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굴밥 오랜만에 먹을까? 란 유도로 내가 원하는 것을 먹으며 몇주를 보지못한 부자간의 대화를 했지요.
나야 대화지만 아들도 그리 생각할까요?...ㅎ
정문까지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이야기 하며 왔는데
아들과 헤어져 택시를 바로 타기엔 햇살이 아깝다는 생각에 조금 걷기로 했지요.
sunshine on my shoulder makes me happy~~하는 존 덴버의 노래가 절로 콧노래로 바뀌고
강 건너 둔치에서 운동하는 사람들과
걸으며 지나친 가족들의 자전거 하이킹에 미소가 절로 입니다.
충남대 정문까지 걸으니 대략 모임 시간에 맞을 것 같아 택시를 탔지요.
목적한 후루룩 손 칼국수 집에서 내리는 데 통유리 너머 보인 방긋님의 손흔듦과
길게 늘어앉은 우리 모임분들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어라? 멀리서들 모이는데 코리안타임 이라고는 전혀없네? 하고 속으로 놀라며 들어갔지요.
처음 보는데도 미리 사진으로 또 글로서 익히 아는덕에 늦게온 저를 얼마나 환대해 주시던지
얼굴이 빨개져 혼났습니다. 특히나 찬밥님과는 날짜까지 세가며 만남을 기다렸기에 더욱 반가웠다지요?...ㅎ
두런두런,도란도란,소곤소곤, 때론 큰 소리로...탁주도 주거니 받거니 나누고...
저보다 조금 더 늦게 오신 만허공님과 도레미줌마님,디냐님이 오셔서 새로운 이야깃 거리도 추가되고..
식사후 노래방에서 긴 회의를 하고
짧은 노래시간을 가지며 도레미줌마님의 홍어삼합을 처음 맛보았지요.
일부러 덜 삭인 것이라고 처음 먹어본 제겐 별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해와 달이 바뀌는 시간에 다시 차들이 있는 음식점으로 되돌아와
아쉬운 맘들에 기념 사진도 찍고 먼저 출발하시는 도레미줌마님과 인키고님에게 몇번이고 인사를 나누고
소이부답님과 김진환(김짛놘)님의 수고로 고속버스터미날까지 이동하고 또 아쉬운 몇번의 인사...
원주는 시외버스터미날로 가야해서 김진환님의 신세를 또 한번 지며 도착한 곳.
몇주전 큰아이가 저녁 여덟시 반차를 타고 온 기억이 있어 그 시간이 막차시간일 것이라고 믿어온 것이
매표소 아가씨의 "이미 끊겼습니다"라는 한마디에...허걱!
순간
지금 김부장 나이가 몇이지? 하는 광고처럼
손에 힘이 빠지면서
십 몇년전의 파김치된 사건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우린 아이가 다섯살과 한살이 되었는데
마산에 사는, 아내의 친구이자 내 후배가 늦은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마산이란다. 일요일 한시에...
원주에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았으나
토요일 아홉시까지 일하고서 다음날 예식 시간까지 갈 대중교통 시간이 전혀 없네...
실망할 아내를 생각해서 최후의 수단이라고 행한 것이 비행기 예약.
당시는 원주- 김해간 노선이 있었기에 아이들까지 예약하고 요즘말로 고고씽~~
간신히 예식전에 도착하여 식을 보고 신부에게 눈도장 찍고 점심 후다닥 먹고 다시 돌아오려니 막막해진다.
기차는 좌석표가 없어 입석이라도 감지덕지라고 대전까지 오는데 아이들이 어리니
빈자리만 생기면 앉았다가 주인오면 일어나 다른 빈자리로 옮기고...이걸 "메뚜기 한다"라고 하지요?
아마도 큰아이 별명이 그리 되라는 숙명의 복선이었는지도 모릅니다...ㅎ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져서 도착한 대전에서는 제천가는 기차만이 있었고
한시간여를 기다려야 하기에 저녁을 먹는데... 준비해간 막내 분유가 떨어져 배고프다고 징징대고...
제천에 오니 원주행 기차는 끊어졌고 지금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면 막차가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친절한 어느분의 말을 들어 택시 줄선 이들에게 양보를 구하고 간신히 터미널에 도착하니
막차가 막 출발 하려고...후진한다.
차 옆을 탕탕쳐서 기사에게 표를 사올동안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해서 간신히 원주에 도착해 택시로 집엘오니
자정이 훨 넘었던 기억...몸과 마음은 파김치로...
대전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망연해 있는데
옆쪽에서 나즈막히 들리는 제천이나 원주~~ 소리.
반가워 돌아보니 택시기사 분인가 자가용 영업인가는 잘 모르겠고
물어보니 혼자는 십칠만원 둘 이상은 칠만원 이라네요...
조금 기다려 둘이상을 택하기로 하고 밖에서 안도의 담배를 피우고 다시 안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둘러보는 도중 눈에 들어온 버스 시간표...
원주행 시간을 보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천행이 여덟시까지 있는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래 이천까지만 가면 어찌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니 십분전...
표를 사고 그 분에게는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버스에 올랐지요.
출발할 때 기사분에게 원주로의 버스편을 물어보니 "없어요" 하는말과 "택시로 가야되는데 한오만원 달랄걸요?"
그래요? 하고 생각해보니
요즘 벌이가 시원치 않아 대리운전을 시작한 아는 분이 떠오르고
이왕 오만원이면 그분을 불러 나좀 싣고 가라고 부탁을 해야겠다고 전화를 거니 받질 않는다...에혀~
마침 그러고 있는데
'잘 오고 있는 중이겠지'라고 알고있을 아내가 전화를 해 터미널에 차를 가지고 나갈테니 마트에 들러 장을 보자고 하네요...쩝
할 수 없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이천으로 가는 중임을 말하다가
'여주 휴게소까지 차를 가지고 오면 일이 쉬워지는구나'란 생각이 들어 그리 말을 했더니 순순이 "응" 합니다.
이천에서 내려 택시를타고 여주 휴게소로 가서 아내를 만나고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다가 다시 올라타고
집으로 오니 자정 오분전입니다.
사실 아내가 오길 꺼려 했으면 "택시비가 오만원인데 십만원줄게" 하고 돈으로 유혹하려 했는데
그리 순순히 나와서 십만원을 번 셈이네요...ㅎㅎㅎ
어제 못간 마트를 오늘 밤에 가면 뭐라도 하나 사 줘야 내 맘이 덜 찔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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