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도.자.기.를 아십니까?

똘돌이 2009. 2. 11. 15:34

 



<도서실 사진>

 

올해가 결혼 20주년이 되는 해이니

벌써 아내와 만난지 사반세기가 되어가네...

 

입학은 내가 앞서지만

남자는 중간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므로

졸업은 역전이 되어 버려

우린 서로 선배라고 주장한다

입학선배,졸업선배...ㅎ

 

약대내 미생물학이라는 실험반에서

선배와 후배로 알았지만

아내가 입학 했을 당시엔

난 군대에서 열심히 뺑뺑이 돌고 있을 때이고

친구들이

선배가 군대에 있으니

후배들에게 위문편지를 보내라고 압력을 넣어

 억지로 쓴 아내의 동향 친구의 편지 속에 동봉된 사진에는

83학번 여학생 네명이 웃고 있었다.

 

휴가 나오면 으례 학교엘 들려 친구들 만나기를 첫 행사로 하고

후배들도 같이 자리했었기에

복학해서도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었지.

내 동기중 한 녀석이 복학 직전 내게 하는 말이

 

너는 ㅇㅇ만 보고 꽉 쥐어라!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라  복학 후 누군가 눈여겨 보니

헉!

내키가 ㅇㅇㅇcm !

나보다 더 크네...에휴~ 포기다!

그저 좋은 선후배로 지내자!

정작 본인은 떡 줄 생각도 않는구먼

혼자서 김칫국 마셨다가 말았으니...ㅎ

 

 

<학교 상징인 청룡상>

 

탁구를 좋아했던 아내와 그 동기들이

여유시간이 있을때면 종종 학교앞 탁구장엘 들려

잘 치지도 못한 내가 상대해 주기도 하고...

도시락으로 실험반에서 점심을 같이 하기도 하고

당시에 사귀었던 이성친구와의 갈등과 고민을 털어 놓고 이야기도 하던

정말 선, 후배 사이였다.

 

내가 삼학년

아내가 사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기말고사 후

대성리란 곳으로 실험반 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어찌어찌하여

난 청주까지 갔다가 바람맞고

다시 대성리로 간 기막힌 일이 발생했다.

 

 지금의 아내인 당시 그녀는

인천서 청주까지 가게 한 약속을 까마득히 잊고서

서울로 가버렸단다.

 

평소같으면 그냥 인천으로 돌아오고 말 았을 내가

가평의 대성리까지 오기를 품고 갔으나

밤은 깊어졌고 강을 건너는 배도 끊기고

숙소로 정한 민박집은 어디인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이런!

 

잠시 고민하다 선착장 근처의 경비실이 있길래

저기서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소주하고 오징어를 사서

경비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누어 마시는 데

내 사정을 들은 그 아저씨가 갑자기 경비실내 인터폰으로 선주에게 연락하는 것이 아닌가?

 

아! 여기 사정이 딱한 젊은이가 있는데

청주에서 예까지 와서 안으로 못들어 가는구만!

잠시 운행 한번만 더해라!

 

이런 구세주가? !!!

이렇게 민박촌까지는 왔는데 앞을 구별하기도 힘들 만큼 어둡고

저 앞의 불빛이 있는집부터 하나씩 훓어보자하고 한집씩 들리고

새어 나오는 소리로만 우리팀인지를 구별하여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찾아내어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니

나를 보자 그제서 약속이 생각난 그녀가 후다닥 도망가고...

 

결국 꿀밤 한대로 그날의 고생을 끝냈다.

 

<당시 주로 수업을 했던 강의실이 있는 영신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와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중에

그녀의 동향 후배가 언니를 집까지 배래다 주고 가시죠?하고 우릴 붙여 놓는다.

그...럴까? 못 이기는 척 짐을 들어주고 그녀가 사는 곳까지 바래다 주었다.

마침 거기서 우리집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길래 참 다행이었다.

 

해가 바뀌어 봄학기가 다시 시작되고

졸업반이 된 그녀는 자격증 시험 준비로

도서실 자리가 꼭 필요했고

집과 학교와의 거리가 멀어 치열한 자리다툼에 승산이 없으니 어쩐다?

 

기사도 정신이 투철한 내가 이럴때 나서야지...ㅎ

마침 나도 삼학년이고 전공 과목들이 점점 어려워지니

 내 공부도할 겸 자리를 맡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아 ! 이를 어쩐다냐~

나도 학교에서 거리가 꽤 되는지라

새벽 네시경 강남터미널행 첫 차를 타야만이 간신히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밤 열시경 도서실에서 나와 그녀 집근처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새벽 한시다!

 

새벽에 일어나 허둥지둥 씻고 아침은 물론 생략하구 나올라할 때

시끄러워 눈이 떠진 큰 누님의 한마디!

 

"여자의 힘은 위대한 것이여...!"

 

.

.

.

.

 

도.자.기.

"도서실 자릴 잡아주는 자기"란 말을 줄인 말...

그거 쉬운 것 아닙디다...ㅎ

 

 가끔은 코피도 흘려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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