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팍팍해져서인지 배려라는 말을 더 자주 듣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배려를 받는다면 그것이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작은 배려는 팍팍한 삶에 작은 숨통일 수 있다.
» 경기 화성시 보훈회관 화장실 안에 설치된 거울은 보통 거울과 달리 앞으로 15도 가량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에 탄 장애인들도 쉽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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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려가 지역에서 정책으로 드러나는 곳들이 있다. 오늘 신문에 보니 화성시의 보훈회관 건물은 이용하는 사람이 장애를 가졌든지, 노인이던지, 아이이던지 모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한다.
세세한 내용을 보면 그리 대단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장애인 화장실의 거울을 15도 기울여서 휠체어를 탄 분들도 잘 볼 수 있게 한 것, 문의 손잡이 높이를 좀 더 낮춘 것, 반자동 문을 설치한 것 등 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겐 정말 필요한 것이다. 시각장애를 가진 분이 그곳에서는 “이곳에서는 비장애인 대접을 받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큰 효과를 가져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약자 눈높이 맞춘, 그래서 누구나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디자인 한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 이라고 한다.
화성시가 이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의 방식으로 공공건물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난 10월 '화성시 공공시설물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를 만들고 나서부터라고 한다. 이는 공공건물을 지을 때 나이와 성별, 신체적 능력의 차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이 쉽도록 건물을 지으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 사례들도 몇가지 있다.
대전시 ‘누구나 어디든 맘껏 다닐 수 있게’ 예산·홍성, 이동 불편 없는 ‘무장애 도시’로
얼마전 동북여성민우회에서 공공시설을 모니터하고 발표하는 토론회에 갔었는데, 그때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는 여성장애인 모임의 사무국장이 발표한 말들은 아직 도봉구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이 다닐만한 곳이 없다. 보건소 1층에는 안내하는 분이 계시지만, 장애인 화장실이 어디인지 조차 모르고 있고, 지하철 역의 노선 안내도는 높이 있어서 뒤로 멀찌감치 떨어져서야만 한다"
"장애 학부모는 학교에 가는게 두렵다. 아시다시피 학교에는 장애인 시설이 전무하다. 가파른 계단에는 심지어 손잡이가 없는 곳도 있다. 매번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장애인이 소심해지는데는 이유가 있다. 도봉구 관내 장애인 버스가 운행하는데 시간이 들쑥날쑥하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한시간씩 기다린 적도 있다."
마침 도봉구민회관이 곧 리모델링을 한다고 한다. 이참에 제대로 해보면 어떨까. 우리도 유니버설 디자인 조례도 만들어서 하면 좋겠다. 이런 것이 함께 살아기기 위한 사회적 배려를 실천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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