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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대한 비판 | |
백남주,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 |
등록일: 2009-02-06 오전 1:57:17 |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가 각국의 정치위기로 번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여파로 가장 먼저 위기에 빠졌던 아이슬란드에선 반정부 시위로 위기에 몰렸던 총리가 지난 26일 사임하면서 연정이 무너졌다. 지난해부터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농산물 가격폭락에 항의하는 농민들과 공공부문 노동자들까지 시위에 합류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철도·항공 등 8개 노조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친기업적 개혁정책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독일 또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다. 나라마다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렇게 서민, 노동자들의 시위가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경제위기 대처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완화 정책과 금융기관들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빚어졌음에도, 정부의 경제위기 해법의 초점은 금융기관이나 기업구제에만 맞추어져 있고 가장 큰 피해를 보며 벼랑에 몰린 서민의 고통은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이 통과될 당시 국민들의 혈세로 경제위기의 주범들을 살리는데 찬성할 수 없다며 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었다. 그로인해 시민들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이 쉽게 구제금융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누구나가 다 경제위기 극복과 고통분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들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어떻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문제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하는 것과 함께 적절한 고통분담을 통해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정부의 정치력, 리더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어놓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위기 해법들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고통분담의 내용을 담고 있는가? 정부에서 경제위기 해법,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제출한 것들 중 핵심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 나누기’에 대해서 살펴보자. ‘친고용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의 ‘일자리 나누기’ 최근 ‘일자리 나누기(Jop Sharing)'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경제침체 속에서 수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때에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일자리를 나누어 고용을 유지하고 경제회복에 도움을 주자는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월 금속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고, 지난 15일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금을 낮춰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해마다 6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샀다. 당선 이후 각종 정책에는 항상 일자리 개수가 뒤따랐다. 대운하, 녹색뉴딜 등 정부의 정책을 설명할 때는 항상 일자리 창출론이 따라 붙었다. 심지어 신·방 겸영의 미디어법 개정에 관한 정책을 추진 할 때도 정부의 핵심적 주장은 미디어법을 개정하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1월 30일에 진행된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서 ‘친기업’정책에 대한 질문에 "친기업이라는 건 결국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엄격히 말하면 저는 친고용주의자"라고 답했다. 하지만 ‘친고용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의 일자리 성적표는 초라하다. 경제위기 탓이 크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고용을 나타냈다. 1만 2천명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자영업의 상황은 최악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7만9000개가 사라졌다. 영세 서민들이 삶의 근거를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고용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경기회복의 조짐도 아직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토록 일자리 창출을 자신했던 이명박 대통령으로써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고 그래서 ‘일자리 나누기’라는 방안을 내어 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일자리 나누기’란 ‘일자리 쪼개기’에 다름 아니고 정부나 기업의 책임에 대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 서민에게만 고통을 강요하는 모습이다. 대화의지 없는 일방적 선언 지난 1월 초 금속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를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금속노조의 제안을 단칼에 잘랐다.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 빠지는 등 진정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일자리를 지키고 싶으면 임금을 삭감하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에 다름 아니다. 노동자들은 단지 경제위기 극복의 걸림돌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금삭감에 따른 노동자들의 피해를 보전해 주는 등의 정부가 이번의 경제위기를 책임지려는 노력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단지 기업 경영 효율성의 잣대만이 있을 뿐이다.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대졸자 초임을 깎아서 일자리를 늘리자는 방안 역시 고통분담의 일자리 나누기와는 거리가 멀다. 이 역시 실질임금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대졸 초임의 연봉이 너무 높다는 정부의 일방적 선언 자체가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 정책을 추진하려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정책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 보다 국민통합이 중요한 때 오히려 정부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칫 고액의 연봉을 받는 공기업 사원들 때문에 경제가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게 만들고 공기업 노동자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이는 경제위기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정부의 정책 추진 모습은 임금삭감이라는 일방적 선언만이 있을 뿐 고통을 분담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음을 보여준다. 삶의 질은 무시한 비정규직 양산 더군다나 새롭게 늘어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일자리의 질은 포기한 채 일자리 개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 했던 공기업 초임의 연봉을 낮추어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방안은 공기업 선진화(?)란 명목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보다는 인턴고용을 늘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0일 발표한 '선진화 추진에 따른 공공기관 인력운용방향'에 담긴 내용은 "공공기관 초임을 깎되, 정원은 늘리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임금을 줄여서 확보한 재원으로 인턴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 고용대신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입장에서 효율성만 앞세워 정책을 펼치다보니 이런 어정쩡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일자리는 늘리긴 늘려야겠는데 기존에 공기업 민영화 등의 구조조정은 포기하지 못하겠고, 그러니 제대로 된 고용정책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대상 업무 확대 등의 비정규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 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사용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린다 해도 4년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보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파견대상 업무까지 확대하게 되면 비정규직 일자리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법 개정은 고용시장을 온통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 정권의 이러한 정책들을 보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얼마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일자리에 관한 인식은 허경욱 재경부 차관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다. 허 차관은 4대강 살리기 등의 녹색 뉴딜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임시, 일용직 뿐 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금은 그런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는 발언을 했다. 결국 일자리의 질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임금삭감과 비정규직의 확산으로 일반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백번 양보해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하더라도 정부가 경제 위기를 책임지는 모습이라고는 보여 지지 않는다. 기업의 경영 효율성만을 앞세운 정책일 뿐 진정한 의미의 고통분담은 찾아 볼 수 없다. 일자리 나누기 VS 일자리 쪼개기 다른 나라에서 추진되었던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비교하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일자리 나누기’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 후반, 스웨덴 볼보에서 먼저 시작했다고 해서 볼보주의(Volvoism)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자리 나누기는, 대체적으로 임금을 1/3 정도 낮추는 대신, 고용을 1/3 정도 늘리고, 정부는 이렇게 낮추어진 임금으로도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도록, 주거권을 비롯해서 사회적 안정망을 강화시키는 것을 그 골격으로 하고 있다(우석훈, ‘강부자 정권’의 ‘일자리 쪼개기’ 나라 말아 먹는다, 프레시안 2009.1.19). 그리고 실제로 일자리 나누기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독일 ‘폴크스바겐 모델’은 주4일제(28.8시간) 도입 등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큰 틀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이뤄졌으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도 다양한 방식으로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해 노사합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한겨레, 2009.2.2). 최근 영국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주 3일제 근무 방안’ 역시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정부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어떻게 보전해 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 나누기’의 핵심은 어떻게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는 노동자·서민들이 받게 될 경제적 고통을 보존해 줄 대책을 마련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가에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일자리 나누기’에서는 고통분담,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임금을 삭감해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는 중소기업에게는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말 만 있을 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노동자·서민들이 받게 될 경제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기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나누기’란 사회적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서민들의 삶의 질에 관한 고민은 없는, 일자리 수 챙기기에 급급한 ‘일자리 쪼개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근본적인 고용대책은 내팽개친 채 아르바이트 수준의 임시직 일자리를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1%만을 위한 정책과 고통분담 고통분담은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권력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일자리 나누기 등의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통합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의 처지를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할 구제책들을 내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오고 있는 정책들을 돌아보면 고통분담, 사회통합의 의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1%만을 위한 정책을 주되게 펴오고 있는 현 정부가 이야기 하는 고통분담은 일방적 고통강요에 다름 아니다. 1%의 최상위 부유층들을 위하여 종부세는 되돌려주고 극빈층들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깎는다. 부동산 투기꾼들과 건설사들을 살리기 위해서 대규모 토목공사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강남 투기지역 해제에는 열을 올리지만, 서민들을 위한 주거정책에는 체면치레만 할 뿐이다.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재벌 도와주는 일은 발 벗고 나서지만 실업자 지원이나 서민을 도와주는 일은 말만 요란하다. 오직 ‘친기업’이라는 구호 속에서 기업의 경영 효율성만 앞세워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에는 적극적이다. 심지어 이번의 용산 참사처럼 궁지에 몰린 서민들을 테러집단 대하듯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까지 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펴왔던 정부가 고통분담을 이야기하는데 제대로 된 고통분담이 될 리 없다. 지금처럼 부자들을 위한 편중된 정책과 소통 없는 일방주의적 정책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제대로 된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정부와 기업은 어디에 그리고 경제위기의 책임은 노동자, 서민들에게 있지 않다. 실제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된 배경에는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만 신봉하고 있던 정부와 무절제한 대출과 몸집 불리기 경쟁에만 몰두했던 금융기관 등의 책임이 크다. 하기에 정부부터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동자에게만 임금 삭감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먼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거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펼쳐야 한다. 브라질의 경우처럼 최저임금을 인상해 내수를 확대하는 정책도 위기 극복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일자리의 질을 포기하는 고용정책을 펴서는 안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복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고용문제는 어느 문제보다 서민들의 삶과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다. 그러하기에 정부는 고용의 안정과 질에 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확대해서 일자리 수만 채운다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뻔한 일이다. 기업들 역시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IMF 위기 당시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남았던 과거가 있다. 이제는 대기업들이 국민들을 위해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기업 내에 엄청난 유보금을 쌓아두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투자를 늘리고 경제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서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진정으로 모든 경제 주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고통분담을 이야기 할 때, 제대로 된 경제위기 극복의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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