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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고액 보너스의 진실 (후불제 연봉이란 진실의 포지션)

똘돌이 2009. 3. 28. 14:53

AIG 고액 보너스의 진실 (후불제 연봉이란 진실의 포지션)
2009.03.28 06:26 | Crete |
AIG 고액 보너스의 진실 (후불제 연봉이란 진실의 포지션)

결국 경제위기의 혼란속에서 문제의 장본인들은 유유히 대중의 비난과 관심에서 성공적으로(!) 피해나가고 오히려 이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더미들을 치우느라 온갖 애를 쓴 이들만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치한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세상 사는게 다 그렇죠.... -.-;;

오늘 하바드대학의 맨큐 교수 블로그를 놀러갔다가 지난 수요일(3/25) 올린 포스팅(링크)을 보게 됐습니다. 링크 하나 달랑 달린 글입니다. 링크는 뉴욕타임즈의 오피니언란에 올라온 "친애하는 A.I.G. 여기 사표 제출합니다! (Dear A.I.G, I quit!)" 이란 글로서 AIG의 파이낸스 부서(Financial Products Unit)의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인 제이크 디샌티스(Jake DeSantis)가 올린겁니다.

국제 뉴스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미국의 초거대 보험회사인 AIG가 상상을 초월하는 구제금융을 작년과 올해 연속해서 받으면서도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돈잔치를 벌이며 임원들에게 고액의 보너스를 지불하는 계획 덕분에 정치권과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저만해도 즐겨 듣는  NPR 라디오뉴스나 지역 신문을 통해 이들의 부도덕(?)한 경영실태에 분노를 했으니까요.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 각료들, 그리고 의회차원에서 강도 높은 비난뿐만 아니라 아예 이들에게 지불된 보너스 액수의 90%를 세금으로 다시 거둬들이자는 초법적인 법안이 통과될 정도이니... 미국 사회에서 이들을 보는 시선이 얼마나 따가운지.... 감이 오실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AIG 파이낸스 부서의 부사장이란 사람이 자신들의 시각으로 이번 사태와 그리고 이 사태속에서 결국 빠져나갈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오히려 그 와중에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쓴 사람들만 희생양이 되어 비난을 뒤집어 쓰는 상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심정을 밝히고 있습니다.

자기를 포함한 파이낸스부서의 400여 직원들은 모두, AIG를 지금 요모양 요꼴로 만든 CDS (Credit Default Swap) 거래에 일절 관여한 바가 없고 오히려 CDS 거래와 관련해서 회사를 말아 먹은 이들은 모두 사직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에서 유유히 방관자연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신들은 다 망하게 생긴 AIG의 파이낸스 부서에 투입이 되어서 지난 12개월 동안 회사 정상화를 위해 연봉 1달러만 달랑 받고, 하루 10-14시간 이상의 격무에 시달리며 노력을 해 왔고. 이 12개월 기간동안 회사는 자신들에게 2009년 3월 약속된 보너스를 지불하겠다는 걸 수차례 확인해 주고 또 확인해 줬다고 합니다. 그러니 말이 좋아 보너스이지 실제로는 후불제 연봉인 셈이란 말이죠.

이렇게 약속을 해 놓고는 AIG의 CEO인 릴리(Lilly)가 의회에 나가서 딴소리를 했다는 겁니다. 이건 방만한 경영이 야기한 돈잔치가 아닌 오히려 책임 경영에 더 가까운 처신인데... 이런 상황을 정치인들과 대중에게 이해시키고 이들로부터 오는 부당한 비난을 막아줘야 할 최고 경영자가 오히려 정치적 희생양을 찾고 있던 정치인들에게 자신들을 딱 입에 맞는 먹이감으로 내 놓았다는 비판입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막도 모르면서 선출직 공무원들인 의원들이나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아무튼 자신이 받기로 예정된 보너스(?)인 74만달러 전액을 경제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하더군요.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던 양쪽 이해 당사자들의 얘기를 다 들어 봐야 한다. 한쪽만의 이야기로는 결코 진실에 반쪽이라도 접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언제 어디서나 사고치는 사람과 수습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대개 사고치는 사람들은 책임을 지는 경우가 없다."


문득 생각이 우리나라로 미쳤습니다. IMF 사태를 불러온 건 한나라당이고, 쑥밭이 된 한국 경제를 지난 10년간 그럭저럭 돌아갈만큼 일으켜 세워 놓은 건 DJ와 노무현 정부인데 이들 양대 정부는 경제를 파탄시킨 장본인으로 손가락질과 매도를 당하고... 오히려 IMF의 주역인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릴 영웅으로 등장한 우리나라의 모습말입니다.

이런 기괴한 상황에서 지역감정과 386의 문제점 운운하며 양대 전임정부의 사소한 문제들을 물고 늘어져 한나라당의 재등장을 설명하는 일부 전직 개혁가(?)들의 모습도 마치 AIG의 CEO인 릴리를 연상시키고 말입니다. 또 거기에 우~~ 몰려 들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자칭 개혁적 네티즌들의 행태까지...

하기사 저 역시 디센티스씨의 저 설명을 들어도 마음에 응어리는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금융가라면 왠지 다 나쁜 양반들 같고... 하지만 대형 금융회사의 부사장 정도되는 사람에게 70여만 달러 정도라면 과도한 연봉은 아닐 겁니다. 자세한 전후사정도 챙겨 보지 않고 무턱대로 전체 금융가들을 싸잡아 마녀사냥을 벌인다면, 아마도 가장 이득을 보는 이들은 CDS라는 괴물을 만들어 엄청난 치부를 한 진짜 악당 금융가들이 되겠죠.

그리고 진짜 진실은 디센티스씨의 저 설명과 오바마 대통령의 AIG보너스 비난 연설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 같네요. 마치 노무현 정부시절 경제 파탄 주장과 연이은 한나라당의 엄청난 정치적 승리의 진실이 친노 그룹과 한나라당 주장 사이의 어딘가에 있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미국에선 뉴욕타임즈를 통해 저렇게 진실의 일부나마 드러내려는 노력이 주류 언론을 통해 있지만, 지난 대선과 총선 당시 대한민국 주류언론 어디에도 털끝만큼의 진실조차 찾아보려 노력한 곳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전직 개혁가(?)들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시점이 1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모두 난파하는 선박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누군든 밟고 탈출하려는 몸짓만 있었지 도대체 이 선박이 정말 침몰할 지경의 상태이긴 한지 따져보는 이들도 없었고, 난파한다고 소란스럽게 떠벌리는 조중동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두뇌의 한쪽을 저당잡힌 집단 마녀사냥밖에는 없었다는 거죠.

최근 블로그 스피어에서 몇몇 전직 개혁가와 입만 살아 있는 정치 평론가들이 주고 받는 포스팅을 보며 아직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라는 기괴한 집단이 입법, 사법, 행정부, 지방와 중앙정부, 언론, 교육계, 예술계, 군부 할 것없이 전방위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는 상황을 설명해 줄 진실에 우리사회가 근접하기에는 한참 시간이 더 필요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이런 마녀사냥식 책임전가 분위기에서 가장 기뻐할 집단은 여전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라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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