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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인운하와 수돗물 값

똘돌이 2009. 3. 26. 18:22

» 임석민 한신대 경상대 교수
경인운하는 원래 민자사업이라 하여 삼성·현대·지에스 등의 재벌그룹 건설회사들이 ㈜경인운하라는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운하의 운영 수입을 담보로 한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건설 비용을 조달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집착을 빌미로 경인운하의 사업 주체가 ㈜경인운하에서 전격적으로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로 바뀌어버렸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없어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불가능한데다, 완공 후의 운영 부담도 덜어버리려는 건설회사들의 강력한 로비가 먹혀든 것이다. 즉, 완공하더라도 경인운하에는 배가 다니지 않아 ㈜경인운하는 파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설회사들이 간지(奸智)를 발휘한 것이다. 건설회사들은 이제 공사비만 챙기고 완공 뒤의 운하 운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연출한 셈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브라질 아마존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흔히 어떤 현상이 일으키는 파급효과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2조2500억원의 경인운하 건설 비용은 수공이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하기로 되어 있다.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경인운하의 건설 비용과 완공 후의 운영 적자는 고스란히 수돗물값의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은 수공의 물을 사먹는 전국의 서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수공은 광역상수도 공급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비싸게 수돗물을 팔아 1999~2008년에 연평균 1588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런데 그 기간에 수공은 중복 과잉투자로 209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수공은 중복 과잉투자로 인한 손실을 수돗물값에 포함시켜 국민에게 떠넘겨 온 것이다. 중복 과잉투자로 전국 상수도 시설의 가동률은 5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수공이 매년 이익을 낸 것은 그 손실을 모두 수돗물값 인상으로 벌충했기 때문이다. 1995~2008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7%인 데 비해 수돗물값은 350% 올랐다. 그리고 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에 원수(源水) 혹은 정수(淨水)를 판매할 때의 가격은 지자체가 생산하는 단가의 3~4배에 이른다. 지자체 직영의 수돗물 생산 비용은 톤당 100~150원인데 수공이 지자체에 파는 수돗물값은 톤당 394원이다.

수공의 중복 과잉투자는 곧 건설회사들의 배를 불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조리가 발생한 데는 모두 수공을 관리감독하며 수돗물값을 최종 승인하는 국토해양부의 책임이 크다. 일부 국토부 관리들이 국민의 권익보다 건설회사들의 이익을 우선 챙겨주려고 하는 ‘그릇된 태도’를 보이고 있음도 지적해야겠다.

한마디로 경인운하는 국토부와 수공이 서민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어 삼성, 현대, 지에스, 한화, 한진 등 재벌그룹 건설회사들의 금고를 채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업을, 운하에 집착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나라를 위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적극 비호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여 추상같은 필봉을 휘둘러야 할 일부 언론은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강 건너 불을 보듯 붓을 꺾고,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 할 제1야당 민주당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경인운하는 국토해양부, 수공, 일부 ‘부패 관료’와 정치인들이 건설회사들의 돈다발에 정신을 잃고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부정부패의 한 단면이다. 나비처럼 날아와 이러한 비리와 부패를 척결해 줄 슈퍼맨은 없을까?

임석민 한신대 경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