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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染指)

똘돌이 2008. 12. 15. 18:47

염지(染指)

 

 

어차피 못 먹을 국이면 손가락이나 넣어 본다는 내용의 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군주 영공(靈公) 때 얘기다. 남쪽 초(楚)나라에서 선물을 보냈다. 특대형의 자라다. 영공은 이를 끓여 대신들과 함께 나눠먹을 생각을 한다.

영공을 만나러 궁에 들어서는 두 사람이 있었다. 정나라 귀족인 자공(子公)과 자가(子家)다. 대화를 나누던 중 자공의 식지(食指)가 갑자기 꿈틀거린다. 자가는 “왜 손가락이 움직이느냐”고 묻는다. 자공은 “뭔가 특별한 먹을거리가 있으면 이렇다”고 대답한다. 궁전에 들어선 두 사람이 목격한 것은 과연 푸짐한 자라탕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두 사람은 낄낄거린다. 영공이 “왜 웃느냐”고 묻자 두 사람은 좀 전의 손가락 움직임을 얘기한다.

영공은 일부러 자공에게만 자라탕을 돌리지 않았다. 남들 다 먹는데 혼자 바라보던 자공은 급기야 큰 솥에 다가가서 식지를 푹 담가 맛만 본 뒤 자리를 떠난다. 영공은 이로 인해 자공을 죽이려는 결심을 했으나 선수를 친 자공에 의해 살해당한다.

『사기(史記)』와 『좌전(左傳)』에 등장하는 얘기다. 손가락을 담근다고
해서 ‘염지(染指)’라는 말로 정착한 고사다. 취해서는 안 될 물건에 임의대로
손을 댄다는 뜻이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식의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