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에 대해서...
모유의 중요성만 강조되다보니 분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모유만큼 분유도 '과학'이다. 최근 분유 트렌드와 각 회사의 제품군별 라인업, 엄마들의 궁금증까지 모두 정리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판매되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분유만큼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제품도 없다. 국내 분유 시장은 연간 3800억 원 수준, 제조회사는 불과 몇 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소비자는 신생아부터 생후 1년까지 아이를 둔 엄마들로 한정되어 있는데, 그들은 값이 비싸더라도 더 좋은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충분한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이 시장을 두고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분유는 종류도 많고 단계도 많아서 초보맘들은 헷갈리기 쉽다. 분유의 영양 및 종류, 각 브랜드별 제품군 등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해야 기업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아이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2011년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수유형태분석에 따르면 소위 '완모'라 불리는 모유 단독수유는 32.3%, 분유 단독수유 10.4%, 혼합수유 57.4%로 나타났다. 모유수유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분유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줄었지만 비율로 따진다면 아직까지도 분유수유를 하는 가정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엄마젖을 대신하는 분유는 소젖인 우유의 영양소를 각각 분리한 다음 모유의 영양 조성을 기준으로 재조합해서 만든 제품. 아기의 소화 능력에 맞춰 철분, 칼슘, 인 등 필요한 성분을 보충해 모유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 제품인 것이다. 이에 반해 우유는 소젖을 가공하지 않고 살균 소독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제품이다.
분유와 우유의 가장 큰 차이는 액상이냐 분말이냐가 아니라 단백질 성분의 구성이다. 분유는 유청 단백질과 카제인 단백질의 비율이 모유와 가까운 60:40인 반면 우유는 20:80 수준. 유청 단백질은 체내에서 효율적으로 쓰이는 고급 단백질로 두뇌 성장이 왕성한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유청 단백질 성분이 많이 포함될수록 모유와 비슷한 것이다.
국내 분유시장은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산양유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 일동후디스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저온살균분유로 이름을 얻은 파스퇴르 분유는 2010년 롯데가 인수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녹십자도 '배앓이 분유'로 유명한 프랑스 수입분유 노발락을 인수해 분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최근에는 LG생활건강이 새롭게 액상분유 베비언스 퍼스트밀을 출시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상황.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미국산 엔파밀이나 씨밀락도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한때 수입분유 먹이는 게 부의 상징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으나, 요즘은 국내 분유의 품질과 안전성이 더 점수를 받고 있다.
◆ 분유의 종류는 어떻게 나뉠까?
1. 일반 조제분유
조제분유는 우유를 아기가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가공하고 철분 칼슘 등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해 모유에 가깝게 만든 제품. 분유는 조제분유와 성장기용 조제식으로 다시 나뉜다. 조제분유와 성장기용 조제식은 분유에 함유된 유성분(유청단백질) 함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유성분 함량이 60% 이상인 제품을 조제분유, 60% 이하인 제품을 성장기용 조제식이라고 부른다. 월령이 어린 아이가 먹는 분유일수록 유당 등 유성분의 비율이 높은데, 그래야만 모유와 비슷한 성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제분유나 성장기용 조제식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아이의 월령에 따라 보통 1~4단계로 나눠져 있다. 6개월 미만의 아이들이 먹는 1~2 단계는 조제분유, 6개월 이상이 먹는 3~4단계는 성장기용 조제식인 경우가 많다.
2. 액상 조제분유
분말이 아니라 생우유처럼 액상으로, 젖병에 옮겨담아 그대로 먹이는 제품. 일반 분유처럼 단계별로 나뉘어 월령에 맞게 선택해서 먹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쉽게 수유할 수 있으며 소독을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한 것이 장점. 가격은 일반 분유보다 비싼 편이다. 외국에서는 액상분유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씨밀락, 압타밀이 대표적. 국내제품으로는 남양유업 임페리얼XO 제품이 있으며, 최근 LG생활건강의 '베비언스 퍼스트밀'이 출시되며 본격적인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3. 기능성 분유
배앓이, 아토피 등 우유 알레르기를 최소화한 맞춤형 조제분유. 일반 분유처럼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수입 브랜드로는 영아산통 분유로 알려진 노발락이 가장 대표적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남양유업 호프컴포트와 설사를 방지해주는 매일유업 앱솔루트 센서티브 등도 기능성 분유군에 포함되어 있다.
4. 특수 조제분유
설사가 심하거나 유단백을 소화하지 못하는 특수 질환을 가진 아이가 섭취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 소아과청소년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뒤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매일유업 앱솔루트 베이비웰 아기설사, 일동후디스 트루맘 닥터 등이 있다. 우유단백과 유당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콩분유에는 매일유업 소이-A, 남양유업 호프 알레기, 애보트 아이소밀, 단백질 가수분해 특수조제분유에는 매일유업 앱솔루트 HA, 압타밀 밀루파 등이 대표적.
5.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선천적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을 갖고 태어나는 아픈 아이들을 위한 특수분유.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모유는 물론 성장을 해도 음식을 마음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특정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을 보충했다. 국내에서는 매일유업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이상 분유 8종 10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 3대 분유 브랜드 라인 업
워낙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있어 어떤 걸 구입해야 할지 소비자는 난감하다. 제조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4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제품과 프리미엄 라인, 아기에게 필요한 성분을 추가한 기능성 분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 구성 성분은 큰 차이가 없지만 기능성 성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제품의 특징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수.
1. 남양유업
임페리얼분유XO, 임페리얼드림XO(액상), 아이엠마더, 유기농분유, 특수분유인 호프알레기, 호프닥터, 미숙아분유, 호프컴포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대표 제품은 임페리얼분유XO. 아기에게 적절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두뇌인자 및 면역성분을 보강을 내세우는 조제분유로 브랜드 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간혹 임페리얼분유XO와 임페리얼드림XO를 헷갈리는 사람이 있는데, 분유 1단계와 2단계는 임페리얼 XO, 3~4단계가 임페리얼드림XO다. 임페리얼드림XO는 2006년부터 액상분유로도 판매되고 있는 게 특징. 2010년 출시되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아이엠마더는 4종류의 초유를 배합한 제품.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최근 판매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임페리얼분유XO의 경우 1단계 한 캔 기준(800g) 2만4200원, 아이엠마더는 3만1700원으로 더 비싸다.
2. 매일유업
기본 라인인 매일유업 베이비 사이언스 매일맘마 QT,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은 앱솔루트 궁과 앱솔루트 명작, 기능성 분유로 2010년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앱솔루트 센서티브가 대표적이다. 앱솔루트 궁은 살아있는 유산균 BB-12와 아기 몸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는 세라마이드 성분을 함유해 아기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제품. 앱솔루트 명작은 살아있는 유산균 BB-12와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올리고당을 함유해 아기 면역력과 소화흡수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앱솔루트 센서티브는 100% 부분 가수분해 단백질의 부드러운 입자를 사용해 배앓이, 아토피 등을 예방해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혼합 수유하는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앱솔루트 명작이 한 캔 기준(800g) 2만원대 초반, 궁이 3만원대 초반, 센서티브가 5만원대 초반으로 센서티브가 가장 비싸며, 각 제품 라인별 4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의외로 분유 중 원재료인 원유가 1A 등급이 아닌 제품이 많은데, 매일유업의 분유는 아기전용 목장에서 얻은 1A 원유로만 생산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3. 일동 후디스
프리미엄 산양유아식, 트루맘 후레쉬, 트루맘 뉴클래스 퀸 라인이 있다. 유단백 알레르기 및 유당불내증을 가진 아기를 위한 트루맘 쏘이, 설사하는 아기를 위한 특수 영양식 트루맘 닥터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일동 후디스의 대표 제품인 프리미엄 산양 유아식은 뉴질랜드에서 사계절 자연방목한 산양유로 만들어지는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 타사와 달리 1~6개월까지는 1단계, 12개월까지 2단계, 24개월까지 3단계가 모두 성장기용 조제분유인 점이 자랑. 12개월 이후는 별도의 유아식 라인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격은 한 캔 기준(800g) 5만4900원으로 시중 판매되고 있는 국내 분유 중 가장 비싸다. 대중적인 제품으로 통하는 트루맘 뉴클래스 퀸은 8가지 초유 기능 성분이 함유된 제품으로 4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단계별로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 트루맘 후레쉬는 초유면역 성분 외에 아기의 숙면과 활동에 도움을 주는 올레아마이드를 국내 최초로 배합한 것이 특징. 1단계 한 캔 기준(800g) 3만대 후반이다.
◆ 엄마들의 대표 궁금증
Q 분유의 가격은 왜 차이가 있나요?
각 제조사마다 분유의 가격은 2만~5만원대로 천차만별. 대부분 영양성분을 강화한 프리미엄라인이 비싸게 판매된다. 같은 프리미엄 분유라고 해도 가격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각기 사용되는 원유가 다른데다 성분이 추가 보강되기 때문. 프리미엄 중에서 가격만 비교한다면 매일유업 앱솔루트 프리미엄 명작 시리즈가 2만원대 초반으로 가장 저렴하며, 남양유업 임페리얼분유XO, 남양유업 아이엠마더, 매일유업 앱솔루트 프리미엄 궁 플러스, 일동후디스 슈퍼프리미엄 퀸, 일동후디스 프리미엄 산양 분유 순이다.
Q 개봉한 분유를 얼마나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나요?
한 번 개봉한 분유 캔은 오래 두지 말고 3주 이내에 먹이는 것이 원칙. 아이가 섭취하는 분유양이 적을 경우 스틱 분유 등 소용량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개봉한 분유는 밀봉한 뒤 직사광선을 피해 습기가 없는 서늘한 곳(실온)에 보관한다. 분유를 냉장실·냉동실에 보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금물. 냉장고의 수분을 흡수해 변질이 일어날 수 있다. 분유의 습도가 높아지면 각종 유해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되므로 주의한다. 또 숟가락을 캔 안에 넣어두면 세균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꺼내 따로 관리할 것.
Q 분유에 소아영양제나 유산균제를 섞어 먹여도 되나요?
분유에 이미 유산균이 함유 되어 있다면 굳이 유산균제를 넣을 필요는 없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유산균이 함유된 제품들이 많기 때문. 아이가 장이 좋지 않을 때 비피더스균, 유산균, 낙산균 등 장내 유익한 균을 보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장제의 종류에 따라 성분과 먹이는 기간에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한 후 생후 3개월이후부터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단 분유에 유산균제를 타서 먹일 경우 냄새나 맛이 달라져 아기가 분유를 거부할 수 있으므로 민감한 아이라면 아예 따로 먹이는 것이 낫다.
Q 외국은 없다는데 왜 우리나라만 단계가 있는 건가요?
외국에서 생산된 분유들은 영아조제 분유(Infant formula)와 성장기 조제분유(Flow-up)의 두 단계로 나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분유들은 외국과는 달리 4단계로 나뉘는데, 1~2단계 분유가 영아조제분유에 해당되고, 3~4단계의 분유가 성장기 조제분유에 해당한다. 보통 1단계를 100일 사이, 2단계는 6개월, 3단계는 12개월, 4단계는 36개월까지로 나뉘는데 1~2 단계가 모유와 더 가까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Q 분유 단계를 바꿀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나요?
분유의 단계를 바꿀 때는 월령보다는 몸무게를 살필 것. 아기 몸무게가 증가한다는 것은 소화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 보통 분유의 2단계로 바꿀 때 100일 정도가 되는데, 아기의 체중이 6.5~7kg 사이에 분유 바꾸기를 시도하면 된다. 분유를 단계별로 바꿔주지 않는다고 해서 아기의 성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아기 몸무게가 표준체중 미달이라면 분유 단계 바꾸기를 천천히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Q 프리미엄 라인을 먹여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일반분유보다 영양 면에서 한층 보강된 분유라는 문구를 보고 혹해 프리미엄 분유를 구입하는 엄마들이 많다. 일단 가격이 일반 분유보다 많게는 1만원 이상 비싼데, 한 달이면 6~7통을 먹여야 하다 보니 프리미엄 라인을 먹여야 할지 고민이 된다. 선택은 엄마의 몫이지만 기본 제품라인에도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다 포함되어 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면 굳이 무리해서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Q 분유를 먹이다가 다른 브랜드를 갈아타도 되나요?
분유 브랜드를 바꾼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민한 아기들은 맛이 바뀌면 분유를 거부하거나 설사 또는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기의 반응을 살펴가며 천천히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기존 분유와 새 분유 비율을 7:3 비율로 섞여 먹이고 그다음 5:5, 7:3 순으로 천천히 늘려나갈 것.
Q 분유는 법적으로 광고를 못한다는데 사실인가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1~2단계 분유는 광고가 금지되어 있어 우리가 보는 분유 광고는 3~4단계 제품이다. 광고를 유심히 보면 3이나 4단계로 표기되어 있고 성장기용 조제식이라고 적혀 있기도 한다. 이는 0~6개월 어린 아기들에게 모유가 가장 좋은만큼 모유 섭취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