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삽질, 지천들도 다 죽어간다 ... 김성만
4대강 삽질, 지천들도 다 죽어간다
원문보기 : http://ecotopia.hani.co.kr/5714
김성만
여주 구간 중점적으로 현장 가보니
총알처럼 물살 빨라져 둑방·다리 무너지고 패여
하천의 반격도 시작, 돈 퍼부은 준설공사 ‘헛 일’
2009년 12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4대강 사업, 정부는 오는 6월 준설과 댐(보)은 완공하고, 12월까지는 모든 공정을 마무리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곳 저곳에서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포보의 일부 시설물이 무너진 것을 비롯하여 본류로 흘러가는 지천에서는 둑방이 무너지거나 강바닥이 꾸준하게 패이고 있습니다.
작년에 왔던 비에 이런 부작용을 많이 볼 수 없었던 이유는, 준설공사와 댐(보) 건설이 반도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공정률이 80%를 상회하고 있어서 댐에 의한 문제, 준설로 인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강바닥 준설(정확하게는 굴착입니다)은 본류 자체뿐 아니라 지류하천의 유속도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기존 유속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들은 이 같은 변화에 즉각적으로 무너지거나 하는 등의 재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은 유속이 빠른 곳과 느린 곳, 직선인 곳과 굽이치는 곳, 습지가 발달한 곳이나 모래톱이 발달한 곳(모래톱도 습지입니다만) 등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곳을 준설이라는 방법으로 일률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강물은 기존의 지형에 따라서 다시금 되돌아갈 것입니다. 유속이 느린 곳은 버드나무 군락을 만들거나 모래톱을 형성시킬 것입니다. 큰 돈을 들여 공사를 했지만 자연에 힘에 의해 도루묵이 됩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좀 더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4대강 사업대응 하천환경 공동조사단"이 출범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1차 조사를 다녀왔습니다. 주로 지천을 중심으로 답사를 했습니다. 작년에 붕괴사고가 났던 지역을 비롯하여 지난 5월 초 비에 무너진 곳 등 크고작은 지천들을 모두 다녔습니다. 물론,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준설과 보가 건설된여주구간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남한강 공동조사_지천위치 구글 지도보기
신진교가 무너졌던 연양천, 임시가교도 무너졌다
작년 추석 때 비가 180㎜ 가량 내렸고, 그 비로 이 곳 연양천의 신진교가 무너졌습니다. 바로 역행침식 현상 때문인데요. 빨라진 강물이 다리 아래를 깎아내렸기 때문입니다. 제방을 꼭대기까지 물이 찼을 때도 멀쩡했던 다리가 그 때 무너졌던 거죠.
그 다리를 대신하기 위한 임시교량을 놓았습니다. 큰 트럭이 지나다니기 위해 만든 것이라서 굉장히 튼튼한 편이었습니다만, 이 교량도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교량 아래 강물을 흘려보내던 콘크리트 파이프가 여기저기 나뒹굽니다.
이게 하천인지 수로인지
▲기존 제방과 새로 쌓는 제방. 기존에도 콘크리트로 됐었지만 풀들이 자라며 상당히 안정화 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 새로 쌓는 것은 앞으로 상당기간 안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양천입니다. 여주 시내를 통과해 남한강 본류와 만납니다. 이미 인공화됐지만 많은 부분이 무너졌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하천'의 모습을 없애버리고 '수로'의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하천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얼핏 '어로'처럼 보이지만 길이가 너무 길고 콘크리트로 되어있어 어류의 소통이 힘들다고 합니다. 콘크리트는 자연적인 하천바닥보다 온도가 쉽게 올라 어류들의 이동통로로는 부적합하다고 합니다. 어류들은 지상의 동물들보다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다고 하네요.
하류부가 넓어서 피해가 적은 가정천
하천은 작지만 하류부가 부채꼴로 넓게 퍼져 있어서 수해가 일어나더라도 미미할 것입니다. 원래의 하상보다는 패인 모습이 보입니다만, 인공시설물을 망가뜨린다거나 하는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땅을 이용하기 위해 하천 끝까지 높은 제방을 쌓은 곳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작년에 하상유지공이 몽땅 쓸려갔던 금당천, 다시 쓸려갈 것
작년 추석 때의 비로 하상유지공이 몽땅 쓸려습니다. 건설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또 비슷한 하상유지공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류를 향해 V 자 형태로 사석을 깔아놓은 것 외에는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아마도 장마철이 되면, 작년보다 훨씬 큰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제방이 유실되었던 간매천, 인공화 작업이 한창
하천이 매우 좁고 가파릅니다. 이는 하천 주변 땅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든 것이지요. 강물은 바닥과 양쪽 제방에 굉장히 큰 힘을 가합니다. 4대강 사업하기 전까지는 괜찮았지만 사업 후 내린 비에 많이 무너졌습니다.
작년 무너진 자리를 복구해둔 곳이 아직도 불안해 보이며, 제방은 완전한 인공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미 자연하천의 모습을 잃었었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총알처럼 빨라진 섬강, 하상유지공 쓸려나가다
이곳에서 만난 어민은 섬강의 물살이 총알처럼 빨라졌다고 얘기합니다. 합수부에서만 낙차는 1m 이상 납니다. 폭포가 된 상태죠. 자연스럽게 합수되던 과거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것입니다. 이 앞쪽으로도 꽤나 많은 준설을 했습니다.
이곳에 설치한 돌망태 모양의 하상유지공도 일부 무너졌습니다. 내린 비가 80㎜ 내외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200~300㎜ 씩 내리는 장마철에는 훨씬 더 심각하게 무너질 것입니다. 그렇게 무너지고 강바닥이 깎여 나간다면 합수부에서 2㎞ 정도 떨어진 고속도로의 교각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하상유지공 다 무너지고, 파냈던 모래는 다 다시 쌓인 청미천
▲하상유지공 아래에는 준설했던 모래톱이 다시 생겨났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돌망태 모양의 하상유지공을 쌓았던 곳입니다. 거의 3m 정도의 폭포였습니다. 그만큼 물의 힘은 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곳이 다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준설하며 다 파냈던 공간에 모래가 다시 쌓였습니다. 원래 이곳에는 모래톱이 있던 자리였고, 다시 생겨난 것입니다.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모든 하천에서 일어날 것이고, 준설공사는 다 무용지물이라고 합니다.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했던 것은 대부분 '헛 짓'이라는 것이죠.
인공 수로가 된 오금천 하류
소양천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시공해두었습니다. 하천이라기보다 수로입니다. 수로 위는 작은 보가 되어 물을 막고 있습니다. 이곳은 소양천보다 더 길게 수로가 이어져 있어서 생태계 유지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합니다.
본류와 지천의 교류는 이것으로 인해 완전히 단절이 되는 것입니다.
제방이 왕창 무너지고, 인공화되는 한천
이포댐 바로 아래로 흘러들어가는 한천은 다른 곳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강의 규모도 그렇고 폭을 너무 좁혀놓았던 것이 이런 사고를 부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신의 사이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터지는 것과 같다고 보심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강한 물살 때문에 군데 군데 설치해 놓은 하상보호공은 깨지거나 그 옆이 날아갔습니다. 물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4대강 사업 전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이제 빨라진 물살을 견딜 수 있도록 극히 인공적인 제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 속에서는 '친환경 호안' 이라고 부르는 블럭을 설치하지만 제 눈에는 '인공'일 뿐입니다.
피해가 거의 없는 복하천, 이유는 하류의 습지
다른 하천에 비해서 피해가 거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여주댐 아래의 복하천인데요. 다른 곳에 비해서 하류가 굉장히 넓고, 습지가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부처울 습지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원래 이곳도 습지를 없애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환경단체의 꾸준한 항의로 공사하지 않기로 결정한 곳입니다.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몰려 오더라도 습지는 유속을 줄이고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피해가 극히 적은 것입니다. 아주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우리의 하천의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잘 알려주고 있는 하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연 암반이 하상유지공 역할을 하는 양화천
양화천도 복하천처럼 하류부가 아주 넓게 발달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침식은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습니다만, 거대한 암석이 있는 부분에서 멈추었습니다.이 큰 암석 덩어리는 하천이 더이상 침식이 되지 않도록 굳건히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은 하상유지공 공사를 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보여졌습니다만, 정부는 이런 곳까지도 하상유지공을 억지로 설치하여 인공화 할 것입니다.
이포댐의 일부가 무너져 버렸다
이번 비에 이포댐(보)의 시설 일부가 무너져버렸습니다. 생태광장, 자연형 어로, 문화광장 등입니다. 강의 반을 막아놓고 하는 공사라서 나머지 반이 물살의 힘을 모두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비에 보 시설물들이 무너진 것은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또한 빠져나온 강물은 37번 국도가 지나는 제방을 와르르 무너뜨렸습니다. 하마터면 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37번 국도마저도 무너뜨릴 뻔 했습니다. 이번 비는 80㎜ 여서 그렇지 않았지만, 장마철의 비는 국도마저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다녀왔던 지점들을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아마 사진만 대충 훑어보셔도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아실 거라 믿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큰 피해들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자연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파헤쳐진 만큼, 고통받은 만큼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만큼의 심적 물질적 피해가 생길 것이 뻔하구요. 22조원이라는 (훨씬 더 될 수도) 돈이 자연의 힘 앞에 그냥 쓸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과오에 대한 '수업료' 치고는 너무 크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고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지금 당장 사업을 멈추는 것입니다. 자연이 다시 제 모습으로 찾아가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제발 그럴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낙동강 조사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지천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저는 이미 대부분 돌아봤습니다만,) 지난 조사 때와 달라진 점을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비가 100㎜ 정도 왔으니까요. 아마도 한강보다 더 해괴한 피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연의 힘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김성만/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