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민주주의

어느분이 추억하는 노무현...노공이산님

똘돌이 2010. 10. 26. 01:11

어떻게든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가슴 한구석을 계속해서 짓눌러 왔다.
그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이 어느틈엔가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이야기...
아니... 기억하기에도 벅차고 어느날부터인가는 차명계좌 이야기로 다시금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에 고인을 욕되게 하고자 하는 그런....

간만에 잡힌 지방 출장...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대전까지 가는 길....
서울역전에 있는 서점을 서성이다 그를 다시 만났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의 책들이 즐비해 있는 책꽂이 앞에 그와 마주 섰다...
성공과 좌절... 내마음속 대통령... 진보의 미래등등등....
이제와서 추억을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웬지 그를 추억하고 싶어졌다.
바람 좋은 가을, 기차를 타고 가는 출장길에서, 웬지 그에 대한 기억을 다시 곱씹고 싶어졌더랬다.

2003년 겨울....
나는 내 대학친구 태현이와 노란 풍선을 흔들면서 광화문에 서 있었다
지금도 너무도 선명히 곱씹어지는 기억과 영상....
그즈음 우리는 노.사.모라는 사이트에 처음 들어가 희망돼지라는 것도 알았고,
하루에 한번씩 사이트에 들어가 후원금 액수가 올라가는 일에 큰 희열도 느꼈더랬다.


대통령 경선에서 그가 다른 후보들을 이길때마다 잘난 대학나온 후보들을,
서울대, 연고대 그 잘난 대학나온 후보들을 부산상고를 나온 그가 이겨줄때 마다,
정치한답시고 돈 꽤나 쓰고 돌아다닌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을,
학연도, 지연도, 지역기반도 하나 없는 그가 전라도 광주에서마다 폭풍같은 지지율로 이길때마다,
그리고 그 영상들이 노사모 게시판에 올라오는 족족이
나는 그 순간 순간을 함께 웃고 울면서 그를 지지했다.




내가 처음으로 자신있게 누군가를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는 말을 하게 해 준 사람...
단 한번도 이 사람을 내가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던 날에.....
내 젊은 생애 너무도 자신있게 이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하루 하루 돈을 모아 희망돼지를 키워 나가고,
주윗사람들에게 희망돼지를 분양하면서 이 사람뿐이라고 외칠 수 있게 해 주었던 그 사람....

이제.... 그는 내 곁에 없다...
2003년 겨울 나와 함께 노란 풍선을 광화문 네거리에서 흔들었던 내 친구 태현이도,
갑작스런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지 어느새 6년이 더 지나버렸다....

이제 모든것이 과거가 되어 버린 일들....
그러나 잊을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이 책으로 인해 나는 깊게 깨달았다...

그는, 조중동 언론권력의 탄압에 최초로 맞선 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이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자신을 한없이 낮출줄 알았던,
그래서 국민들에게 감동과 가슴 절절함을 안겨주었던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는, 퇴임하고도 정치가 아닌 다른 방향안에서 뭔가 다른 꿈을 꾸었던,
대통령 한번 해먹고 그 뒤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만 바라면서

골프나 치고 사는 다른 전직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걷는,
늘 공부하고, 연구하고, 뭔가 새로운 진보의 꿈을 꾸었던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는, 미국에 비굴할만치 굴복하거나 사대하지 않았던,

아프간 이라크 파견을 결정하고도 그곳에가서 군인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울고 웃을줄 알았던 가슴이 살아있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는, 평화통일의 관점에서 북과 상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학자이자 정치인이었고,
그는, 독도명연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자주정부에 대한 꿈을

당위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초의 전직대통령이자 민족주의자였다.

그런 그를 누가 죽였던가?
누가 그를 그런 죽음으로 몰아갔던가?
그가 왜 봉하의 부엉이 바위 아래에서 삶은 져버릴수 밖에 없었던가?

그가 뛰어내린 이후, 수만 수십만의 바보 노무현의 가슴은 미어졌다.
그를 지키지 못한 양심의 가책으로 하루에도 수십만의 사람들이

"지못미"를 외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민주주의의 상실을, 평화통일 기조로 햇볕정책을 이어온 전직 태통령의 상실을 가슴으로 애도했었다.


2006년 대추리를 기억한다.
내가 그에게서 마지막으로 등을 돌리던 그때....
평택 대추리가 미군기지가 되면서 대추리 초등학교가 강제로 헐리우고...
많은 청년들이, 활동가들이, 통일인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그 땅을 포크레인으로 뜯어 내고..
군인들을 그땅에 투입했던, 군인으로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진압했던 그때...
나는 2003년 내가 흔들었던 노란 풍선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기대했던 만큼 후회도, 상실감도 컸던 그때....
그 이후로 나는 그에 대해 침묵했었다.
남들이 욕할때 거들지도 않았고, 그냥 그렇게... 침묵으로 일갈하곤 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르고...

그가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을때...
그날 아침.. 그 조용하던 일요일 오전.....
티비에서 흘러나오던 흰색 자막을 보면서 느꼈던 그 이율배반적인 많은 생각들, 감정들.......
그를 내손으로 뽑아 놓고, 탄핵때에도 광화문 네거리에서 지켰던 그를.....
그렇게 방치한 사이...............
우리의 대통령이,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가,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평화통일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수많은 양심들이
그렇게 그렇게.. 방치되어가고....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말 하지 못했다.
검찰이 그를 죽인거라고....

수많은 조중동 언론권력들이 그를 죽인거라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수많은 그를 지키지 못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그를 지키지 못했던 양심들이.......

어느새.. 2010년 가을이다....
그가 떠난지 1년하고도 5개월이 지났다....
세상은 어느새인가 그를 잊어가고 있다....
이명박은 이전보다 더 악날한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고,
4대강으로 이땅 강토들을 모두 휘집어 놓고, 자연들을 훼손시키고 있고...
무차별한 재개발 뉴타운으로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방치하고 있다......

우리가 그를 지키는 방법....
잊지 않는 것...
떠나간 그가 우리에게 그토록 바라던 일.....
절대로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 희망을 버리지 않는것......

맨앞에서 싸울수는 없을지라도...
맨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남아있겠다는 그 약속.....
그 다짐들......
잊지 않을께요...

절대로 버리지 않을께요...
이제 정말......... 편안히 잠드소서...

내마음속 최초의 대통령다운 대통령..........
내가 내손으로 뽑고 울고 웃었던 처음의 대통령....
바보... 노. 무.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