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살충제의 유해성 논란
가정용살충제가 무색, 무취는 물론 친환경을 표방하며 해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지만
정작 제품 성분에는 발암가능성 물질이 포함돼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성분은 '퍼메트린'으로 이 물질은 환경부가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환경호르몬)'로 분류하고 있으며
현재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지정돼 있다.
또 미국 소비자연합은 퍼메트린을 '내분비계장애물질'로 지목했고 미국환경보호국, 미국 국가독성통신네트워크 등도
퍼메트린에 대해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가정용살충제 절반 이상은 '퍼메트린' 포함
전문가들에 따르면 퍼메트린과 같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팔다리 저림, 눈·입의 염증, 호흡기 계통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중앙 및 자율신경계 장애를 일으켜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설사, 발한과 공항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렇듯 국내외에서 유해성을 의심하고 있는 물질이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가정용살충제 제품 절반가량은 퍼메트린이 포함된 채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5월14일~27일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정용살충제 16개 제품의 표시성분을 조사한 결과
9개 제품에 퍼메트린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퍼메트린 포함 제품은
▲한국존슨의 '에프킬라' 3종
▲롯데쇼핑의 '솔잎향 에어졸'
▲엘지생활건강의 '홈스타 모기졸 씨 에어로졸'
▲유한양행의 '유한에어졸'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바퀴 에어로졸'이다.
그밖에 일양약품과 락희제약의 에어졸 제품에는 표시성분이 없었다.
에어졸은 살충제 제품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스프레이 형태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존슨의 '에프킬라'는 현재 에어졸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존슨 측은 환경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는 '추정물질'이기 때문에 유해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존슨 관계자는 "퍼메트린의 유해성 논란이 시작된지 10년 정도가 됐지만
아직까지 인체 유해성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 입증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정적 데이터 없이 단지 유해성이 추정된다고 해 사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퍼메트린에 관한 유해성 논란이 일자 '홈키파'를 대표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헨켈홈케어코리아는
올해 생산되는 신제품부터 퍼메트린의 사용을 전면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헨켈홈케어코리아측은 성분을 교체하면서 원가만 10억 원 이상 상승하는 부담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홈키파 에어졸제품 5개의 성분표시를 확인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퍼메트린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중에 유통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유효기간이 보통 3년인 살충제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꼴이 된다.
또 재고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이라도 퍼메트린이 함유된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헨켈홈케어코리아 관계자는
"대형할인마트나 규모가 큰 거래처의 경우 재고제품에 대해 대부분 반품을 받아준 상황이지만
대리점을 통해 나가는 동네 슈퍼의 재고까지는 회수가 어렵다"며
"그러나 규모가 작은 만큼 물량이 거의 소진되고 전체적으로도 물량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안전성 검증될 때까진 제품출시 말아야
이처럼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그대로 제품에 포함된 채 유통되고 있는 이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 퍼메트린의 사용을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로 분류해 취급제한하고 있지만
식약청에서는 위험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과정에서 통과시켜 주는 것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EU나 FDA에서는 업체가 제공하는 자료, 학계 자료를 받아 퍼메트린의 유해성을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기론 퍼메트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없으며 아직까진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독자적으로 독성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외국에서 안전성에 관한 보고가 나오면 바로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은 반대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안전성이 검증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을 내포한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에게 퍼메트린에 대한 안정성을 입증할만한 자료가 있냐고 묻고 싶다"며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선 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책임을 다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그 어떤 가치보다 소비자의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