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비석을 만든 의미...
아주 작은 비석 공사의 일부를 담당한 공사 당사자입니다. 철판과 너럭바위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견이 있어 현재와 같이 조성된 작은 비석이 만들어진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너럭바위입니다. 너럭바위는 남방식 고인돌의 변형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원래는 남방식 고인돌을 사용하려 했으나 몇 가지 이유로 너럭바위로 대체 됐습니다.
너럭바위를 쓴 이유는 비석은 세우되 봉분은 쓰지 않는다, 라는 유족 뜻에따라 비석과 봉분을 겸할 수 있는 어떤 돌을 찾다 유홍준 교수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입니다. 즉 너럭바위가 비석 및 봉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토록 하는거죠.
달랑 비석 하나만 세워졌을 경우 지하에 안장될 대통령님의 유골은 보관 할 방법이 없어집니다. 몰론 대리석으로 기단을 만들고 안장하면 되지만 그건 작은 비석을 세우라는 대통령님의 유언에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두 가지 모두를 충족 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다 너럭바위를 얹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노대통령님의 묘역은 열린 묘역으로서 누구나 대통령님의 봉분(너럭바위)를 만져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너럭바위를 만지며 마치 대통령님을 만지는 느낌을 받고 그 너럭바위가 여러분들의 손길로 반질반질해 지도록 오랜 시간동안 대통령의 피부 역할을 하는 것이 너럭바위의 역할입니다.
두 번째, 철판입니다. 전문용어로는 내후성 강판이라고 합니다. 내후성강판은 표면에 녹이 일어나다 일정 두께에서 녹이 멈추어 더 이상 녹이 발생하지 않는 특수 합금판입니다.
1000년이란 세월을 버티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내구성을 가져야 하며 금속 중에는 스테인리스와 내후성강 두 가지 재질만이 1000년 세월을 버텨낼 수 있습니다.
즉 내후성강판을 쓴 가장 큰 이유는 오래 버틸 수 있는 내구성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봉하마을의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내후성강판은 수년간에 걸쳐 녹이 발생하면 짙은 갈색을 띕니다.
즉 우리들이 흔히 보는 황토흙과 유사한 색상 나온다고 연상하면 됩니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개천이 흐르는 묘역에 번쩍번쩍한 스테인리스나 호사스러운 대리석, 화강석을 쓰는 것은 생뚱맞은 일입니다. 그곳의 환경과 자연에 어울리는 결코 튀지 않는 모습을 묘역전반에 연출해야 봉하마을과 한데 어우러진 묘역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뒤에 병풍처럼 서 있는 강판도 시간이 경과하여 부식이 일어남에 따라 뒤의 산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병풍이 요란한 대리석이거나 스테인리스이거나, 결코 봉하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재질입니다.
사방에 깔아놓은 돌에 대한 설명입니다. 지금 깔린 돌은 다 깔릴 돌의 5%도 되지 않습니다. 종래는 약20,000개의 돌이 더 깔려야 합니다. 그 돌을 누가 까느냐, 여러분들이 하나씩 깔도록 배려한 겁니다. 여러분들의 이름을 새겨 돌 하나씩 깔아 묘역 전체가 완성되는 겁니다.
물론 묘역 주위에 차차 조경도 하고 잔디도 심습니다만 지금 보고 있는 노대통령님의 묘역은 완성된 묘역이 아니라 이제 시작인 묘역이며 여러분들이 그 묘역을 하나하나씩 채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즉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여러분들이 노대통령님의 묘역을 완성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전제 되야 1000년을 버틸 성지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너럭바위를 썼고 내후성강판을 썼으며 여러분들의 참여를 위해 가장 오랜 세월 견딜 수 있는 바닥돌을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