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뛰어도 보고 뒹굴어도 보고...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마음껏 움직여 볼 기회가 주어지는 날.
마치 아이적 학교 운동회날을 기다렸던 것처럼
약사회 체육대회를 은근히 기다리게 된다
말이 체육대회지 조기축구회에서 축구를 해 왔던 내게는 주 관심이 축구시합이다.
올해는 우리팀이 몇위까지 할까?
팀의 평균연령이 해가 바뀜에 따라 자동으로 높아지는
그런 우리팀으로
11명이라는 선수도 구성하기조차 힘든...
그래서 평소에 축구를 하지 않던 회원을 자리만 지키라고 강제로 출전도 시키고...ㅎ
최전방 공격수가 두사람인데
십년전만해도 펄펄 날았던 53세의 골게터와
43세로 젊은 편이며 곧 잘 골을 넣는 나와는 다른 팀의 조기축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사람.
중간에 서는 미들필더들은
운동신경은 별로 이지만 그래도 축구를 꾸준히 한 52세와 47세 그리고 또 매년 바뀌는 자리의 사십대 두사람.
수비로 나선 이들은
축구를 전혀 하지 않는 30대 후반대의 두명을 그래도 젊은이라고 세워놓고
우리팀에서 가장 체격좋고 잘하기도 한 30대 후반의 한사람과 역시 듬직한 무게의 40대 중반인 사람.
거기에
168cm의 키에
81kg의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1996년부터 14년간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는 골키퍼는 48세.
약사들 팀에 못지않는 평균연령을 자랑하는약업인 모임인 북원회팀이
올해는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의 싱싱한 선수 몇을 보강해서 변모된 팀으로 나섰고
결국 우승을 한다.
몇 골이나 먹을지...
포지션이 골키파인지라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쉬운 자리인지라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함께 걱정도 따라 다니고
상대 공격수와 충돌할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고
슛을 막기위해 다이빙을 하듯 넘어지다 잔 돌에 가슴을 다치지 않기를 바라고
어이없이 만세골을 먹지 않기를 바라고...ㅎ
강력한 우승후보에게 전반에만 세골을 넣어버린 이변 덕에
후반전에는 여유롭게 경기에 나설 수 있었고
몸 날려가며 잘 막던 나도 후반 막바지가 다 되어갈 무렵
한골을 표나지 않게 먹어줘야지 하는데 상대의 공격수가 오른쪽에서 날카롭게 파고들다 나를 피해 옆으로 패스하고
맞은편에서 뛰어들어온 선수가 텅빈 골대에 집어넣는다.
수비를 보던 우리팀 선수가 off side를 외치길래 그러지 말라고 그냥 골로 인정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저녁겸 뒤풀이 자리에서 축구 심판을 보았던 세분과 옆자리에 앉게 되어서
경기들을 되짚어보며 이야기를 할 때 당시 선심을 보았던 분이 off side가 맞다고
하지만 자기도 깃발을 들어 올리려다가 말았다고 한다.
그분도 자기네 팀에서 골키퍼라며 내 플레이를 칭찬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도 우리보단 더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이 칭찬을 해 주니 우쭐한 기분에 술이 과해졌다.
결승에 올라서는 우리가 제일 강력한 우승후보로 바뀌었고
조기축구회에선 같은 팀 동료인 상대팀 선수들을 잘 알기에 눈여겨 몇 사람만 잘 보고 막으면 된다는 자신감에
나도 1996년 우승이후 오랜만에 우승할 기회라고 여겼는데
아뿔사! 2 : 0 으로 지고 말았다.
그 두 골이 모두 우리 수비수가 넣었으니...
상대 공격수와 부딪히며 쳐낸 볼이 우리 수비수 맞고 들어가고
헤딩 경합에서 수비수 머리에 맞고 튕겨 나간 볼이 골 포스트와 크로스바가 만나는 지점...
내 키를 훌쩍 넘겨 그 구석으로 쏙 들어간다.
첫게임에서의 선방으로 칭찬이 자자했었는데
그 두골로 그 칭찬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ㅡ.ㅡ;;
한달이 조금 넘는 금연으로 뛰어서 숨참은 있어도 가슴 뻐근함은 없어졌기에
올해는 처음으로 달리기에도 도전해 보았다.
릴레이 경기였는데
남자 넷,여자 둘...이렇게 6명이 운동장 반바퀴씩을 돈다
사회에 나와서 전력질주를 해 본 적이 있었던가?
달리다 다리에 힘이 딸려 넘어지지는 않을까?
라인 대신 운동장을 둘러선 많은 사람들 속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모처럼 참석해서 다과와 커피를 맡아 수고한 옆지기는
넘어져 망신당하지 말고 그냥 있지~라며 놀린다
그래도 금연덕에 이렇게 뛰어도 본다고 말하니 더 좋아한다.
여섯명의 주자중에 내 순서는 다섯번째로 정해지고 내 순서에서 바톤을 이어받을 때는 우리팀이 4위였다.
다행히 바톤을 떨어뜨리지 않고 이어받아 달리는데 목표는 바로 앞서 달리는 사람과 간격이 벌어지지 않는것!
열심히 달리며 마지막 주자인 여성분에게 바톤을 주려는데
서로들 바톤을 주고 받느라 엉킨 틈 속에서 우리선수가 보이질 않는다
달리면서 당황스런 맘으로 찾는데 다른 팀의 선수들 보다도 한 2~30미터를 더 나가있다.
우~씨! 나도 힘든데...
바톤 주고받는 현장을 그냥 지나쳐 달려가 간신히 주고
우리팀이 몇등한지도 모를 정도로 그냥 무릎집고서 헥헥거린다.
숨고르기를 하고 우리팀이 모여있는 자리로 가니 2등이란다.
정식 경기라면 바톤을 교환하는 거리가 정해져 있는데 주최측의 농간이 살짝...ㅎ
행운권 추첨에서 자전거를 꼭 타오라고
타지 못하면 집에 들어오지도 말라고 제 엄마에게 문자를 보낸 아들의 경고에도
옆지기는 그래도 3만원어치의 상품권에 당첨되어 당당히 집으로 갔는데
꽝이 되어버린 나는
술에 떡이 되어서 다음날 00시 30분경에 들어가 아들의 경고를 지킬 수 있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