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 눈높이 맞춰 보면 藥
비타민제, 눈높이 맞춰 보면 藥 | |
최근 비타민제에 대한 새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 되고 있다. 내용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기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자연식품에 든 비타민이 아닌 비타민 보충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회사 책상 위 가득 비타민제를 늘어놓고 피곤할 때마다 종류별로 골라먹는 애호가에겐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수도 있다.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이 연구결과들은 거꾸로 눈높이를 맞춰 보면 비타민제가 藥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ㆍ심혈관 질환 예방ㆍ치료효과 없어 지난 2월초 사람들이 가장 흔히 찾는 종합비타민제에 대한 실망스런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종합비타민을 장기간 복용해도 암, 심장병 등을 예방해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美 프레드허친슨 암 연구센터 연구팀이 고령여성 16만 명에게 8년간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도록 한 결과, 이들의 암과 심혈관 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이 비복용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 해 11월에는 비타민 C와 E 역시 암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해 11월 하버드 의대 계열인 브리검앤우먼스 병원 연구진은 남성 의사 1만4641명에게 비타민 C 500mg과 비타민 E 400IU(국제단위)를 8년간 매일 복용하도록 한 결과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특별히 낮아지지 않았다. 앞서 비타민 C와 E는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심혈관 질환 예방과 치료에 기여하는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이번 실험에서는 비타민 E의 전립선암 예방효과가 ‘근거 없음’으로 밝혀져 파장을 낳았다. 비타민 E이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지면서 많은 이들이 비타민 E 보충제를 일부러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외래환자 282명에게 물은 결과 이들의 23.7%가 전립선암 예방을 위해 비타민 E 보충제를 복용중이라고 답했다.
조사를 실시한 변석수 교수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비타민 E 및 셀레늄이 전립선암 예방물질로 잘못 알려져 비타민 보충제 형태로 광범위하게 복용되고 있다”면서 “최근 연구를 통해 전립선암 예방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더 이상 불필요하게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영양보조 역할 톡톡…제품보다는 자연식품에서 그렇다면 비타민 보충제는 복용할 필요가 없을까? 일단 답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이는 비타민 자체가 필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비타민 보충제가 아닌 자연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할 경우에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화여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이홍수 교수는 “비타민은 채소나 과일 등 식품을 통해 섭취할 때 식이섬유, 미네랄 등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면서 건강 기여효과가 커진다”면서 “비타민 보충제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 등의 예방과 치료 목적이 아니라 보조식품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따라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다면 비타민제를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만성피로ㆍ음주ㆍ흡연ㆍ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과 임신이나 모유수유 여성 등은 비타민 보충제가 도움이 된다. 간, 계란, 우유 등에 풍부한 비타민 A는 면역력 개선에 좋고, 흡연자에게 좋은 비타민 C는 하루 100mg 정도 섭취할 경우 항산화 작용과 콜라겐 형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엔 비타민 B가 시력감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지아민(비타민 B1)이 2형 당뇨병 환자의 신장기능 손상을 막고, 비타민 D는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새로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 등의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노인들은 비타민이 부족하기 쉬우므로 종합영양제 등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