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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치과도 있네요^^~~~

똘돌이 2009. 2. 28. 11:01

"틀니·임플란트가 공짜? 세상에 이런 치과가…"

[인터뷰] '서울 이웃 린 치과' 홍수연 원장

기사입력 2009-02-28 오전 7:47:07

200만 원짜리 틀니 치료가 공짜?

▲ 200만 원짜리 틀니 치료가 공짜? 정말일까? ⓒ프레시안
사례 1 :서울 망원동에 사는 김점례(가명·73) 씨. 남편을 여의고 자식과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늙어서 혼자된 것도 서러운 데거동까지 불편하다. 어려운 형편에 치아 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남아 있는 이도 거의 없다. 음식 먹기가 여간 불편한 게아니지만, 수백만 원이 든다는 틀니는 언강생심. 하루하루 굶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왔다.

치과를 언제 가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 김 씨는 처음 치과를 가자는 얘기에 손사래를 쳤다. 모든 치료가 공짜라기에 "치료 받을 이도 없다"며괜한 수고하지 말라고 면박을 줬었다. 우연찮게 구강 검진을 받을 기회가 있을 때 의사에게 치아을 보여주면 "틀니 치료가필요하다"는 대답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몰라서 틀니 치료를 안 받는 게 아니었다.

이랬던 김 씨가 새해들어서 매주 토요일마다 치과를 다니고 있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았다. 거동이 불편하다고 약속한 시간에 치과에서 차로 데리러 왔기때문이다. 나중에 김 씨는 200만 원 넘는 틀니 치료를 공짜로 해준다기에 크게 놀랐다. 지금 김 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이상한' 치과 자랑하기에 바쁘다.

사례 2 : 서울 당산동에 사는 이영수(가명·40) 씨. 이 씨는현재 실직자다. 이랜드그룹의 한 대형 할인매장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510일 동안 이어졌던 장기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게 벌써 1년 2개월 전이다. 자신의 희생이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에 일부 기여했지만, 먹고살 생각만 하면 막막하다.

특히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바로 치아. 파업 중에 시원치 않던 이가 하나 없어진 것도 모자라서 지난 연말부터 또 다른 이가뿌리까지 썩었는지 치통이 말할 수 없이 심하다. 실직을 한 형편에 수백만 원이 들어갈 게 뻔한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은 엄두도내지 못했다. 치통이 오면 진통제를 먹는 게 이 씨만의 대응이었다.

이랬던 이 씨도 새해 들어서 매주 토요일마다치과를 다니고 있다. 치통의 원인을 제거하느라 50만 원 상당의 신경 치료를 받는 것도 호강인데, 200만 원 상당의 임플란트치료까지 받고 있다. 놀랍게도 모든 치료는 공짜다. 이 씨는 치아 치료만 끝나면 본격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해볼 생각이다.치통이 없어지니 모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일은 '강남 치과'? 주말은 '공짜 치과'!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이런 믿지 못할 일이 지난 1월 17일 공식 개원한 서울 동교동 '서울 이웃 린 치과'(원장 홍수연)에서진행 중이다. 이 치과는 환자를 받기 시작한 지난 1월 5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마포구 인근의 소외계층을 상대로 무료 진료를하고 있다. 김 씨, 이 씨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무료 진료의 내용도 파격적이다.

구강 검진, 충치 치료 등간단한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틀니, 임플란트, 교정 치료 등 수백만 원짜리 치료를 돈 한 푼도 안 받고 진행 중이다. 이런고가의 치료를 공짜로 받고 있는 환자만 벌써 5명. 앞으로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도대체 이 치과의 정체는 뭘까?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이웃 린 치과를 무작정 찾아갔다.

동교동 로터리 한복판의 고층 건물 10층에 위치한 이치과에 들어서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서대문구, 마포구 인근의치과 중에서 제일 큰 규모다. 시설도 고가의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강남의 치과 뺨친다. 전국에 5대밖에 없다는 수억 원대의 치과전용 CT 촬영기가 얼른 눈에 띄었다.

▲ 시설도 고가의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강남의 치과 뺨친다. 전국에 5대밖에 없다는 수억 원대의 치과 전용 CT 촬영기가 얼른 눈에 띄었다. ⓒ프레시안

이정도 규모, 시설이면 말 그대로 '기업'이다. 실제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4명의의사가 상주하면서 진료를 한다. 평일의 이런 모습을 소외계층을 상대로 한 토요일의 무료 진료와 연관을 짓기는 쉽지 않았다. 한창진료 중인 홍수연 원장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누구나 찾아가 최상의 진료를 받는 치과

▲ 지난 1월 17일 공식 개원한 서울 동교동 '서울 이웃 린 치과'의 홍수연 원장. ⓒ프레시안
- 한 치과에 두 가지 모습이 있다. 평일과 주말이 연결이 잘 안 된다.


"인도에 아라반드 안과 병원이 있다. 이 병원은 똑같은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이웃한 병원 두 곳을 운영 중이다. 한 곳은비싼 진료비를 받으면서 가장 부유한 이들을 상대로 진료를 한다. 다른 한 곳은 공짜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상대로 진료를 한다.이런 아라반드 병원과 같은 치과를 한 번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항상 이런 욕구가 있었다. 지금은누구나 병원을 돈벌이를 최우선으로 하는 '영리법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원래 우리나라에서 병원은 법적으로는 공익을 우선해야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이런 비영리법인의 모습에 걸 맞는 병원의 모델을 한 번 세상에 보여줄 수는 없을까? 바로 이런 고민을하다가 아라반드 병원이 떠올랐다.

의사는 최고의 시설에서 최상의 진료를 환자에게 해주고, 환자는 자신의 형편만큼비용을 지불하는 병원. 이런 병원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인할 수 있는 병원의 최선의 모습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2008년 중반부터 한 6개월 준비를 해서 올해 초에 개원을 했다."

- 소외계층을 상대로 한 토요일 무료 진료부터 일단 시작한 건가?

"그렇다. 토요일에는 3명의 객원 의사가 진료를 담당한다. 모두 각자 일하는 병원이 따로 있는 의사들이다. 이 병원의 취지에공감해서 보수를 따로 받지 않고 주 1회, 혹은 월 1회씩 진료를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찾아온 환자에게 틀니, 임플란트,교정 치료 같은 치과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진료를 제공한다.

환자는 마포희망나눔, 민중의집과 같은 지역 단체에서실사를 거쳐서 우리에게 추천을 한다. 주로 홀로 사는 노인, 소년소녀 가장, 경제적 곤란을 겪는 장기 파업자 등이 우선적인 진료대상이다. 개원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이런 범주에 속하는 이들 5명이 한창 진료를 받고 있다."

▲ "이 병원의 취지에 공감해서 보수를 따로 받지 않고 주 1회, 혹은 월 1회씩 진료를 담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찾아온 환자에게 틀니, 임플란트, 교정 치료 같은 치과에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진료를 제공한다." ⓒ프레시안

동네 사랑방이 되고픈 문턱 낮은 병원

- 토요일 무료 진료를 잇는 다른 계획도 있나?

"아까 평일과 주말이 연결이 잘 안 된다고 했는데, 사실 평일도 다른 치과와는 좀 다른 식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없지만 진료비를 받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다. 즉 평일에도 환자의 경제 상태에 따라서 다른 진료비를 청구할 예정이다. 일정 소득이하의 환자에게는 할인된 진료비가 적용된다.

더 나아가서 일단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순간 이 치과를 장학 사업과같은 여러 가지 공익사업을 할 수 있는 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 치과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마포구를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 교육 사업에 쓰이도록 할 예정이다. 이미 세미나실 등 병원 시설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도이런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실제로 이 치과의 시설 좋은 세미나실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3월부터 매주월요일 저녁에 이곳에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상대정치경제학대학원의 석·박사 과정 학생을 상대로 한 이 강의는 관심 있는 일반인도 청강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개원한 지 두 달도 채 안 된 지금도 내부 교육이 없는 날에는 지역의 온갖 시민·사회단체가 이곳에서 회의, 강연 등을 진행한다.홍수연 원장은 "애초 병원을 구상할 때부터 단순히 아프면 찾는 곳이 아니라 문턱이 닳도록 지역 주민이 드나들 수 있는 동네사랑방을 염두에 뒀다"며 "그 구상에 딱 맞는 모습"이라고 흡족해했다.

환자, 의사가 같이 행복한 병원

▲ "이 치과의 비전을 전혀 알지 못하는 환자라도 한 번 치료를 받고 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몇 달간 고전하겠지만 성공할 자신이 있다." ⓒ프레시안
이젠 찬물을 끼얹을 때다. 듣기만 해도 신이 나는 계획이었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면 모두 꿈일 뿐이다. 시작했다가 현실의 벽, 특히돈 문제에 부딪혀 좌절된 꿈이 부지기수로 많지 않던가? 일단 두 달간의 성적이 궁금했다. 이 치과는 '간 크게도' 두 달간광고는커녕 간판도 달지 않았다. 불황을 맞아 이른바 문 닫는 '동네 치과'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최악의 성적은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상이다. 광고, 간판이 없는데도 입소문만 듣고 찾아온 손님이 꽤 된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치과는 최고의 인력, 시설을 갖춘 병원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이 치과의 비전을 전혀 알지 못하는 환자라도 한 번 치료를 받고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몇 달간 고전하겠지만 성공할 자신이 있다."

이런 홍수연 원장의 꿈은 어디서비롯된 것일까? 그의 경력을 검토하다 눈에 띄는 게 있었다. 그는 지난 2006년 탄생 111주년을 맞은 인도의 사상가 비노바바베(Vinoba Bhave·1895∼1982)를 국내에 알리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었다. 토지 공유 운동으로 유명한 간디의제자 바베는 인도에서 진정한 성자로 존경을 받는 사상가이다.

바베는 20여 년 동안 인도 전역을 맨발로 걸어다니면서 땅이 없는 가난한 이들과 6분의 1의 토지를 공유하자고 지주에게 호소해 큰 반향을 얻었다. 그는 이 운동으로 기부 받은400만 에이커의 땅에서 가난한 이웃과 함께 노동을 하면서 평생을 살다가 1982년 삶을 마쳤다.

- 비노베 바베를 국내에 소개하는 데 열심이었다. 이 치과 개원도 바베의 사상과 연관이 있을까?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이라면 바로 비노바 바베다. 글쎄, 이 치과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바베를 의식하지는 않았다. 다만 바베가나에게 가르쳐준 건 이런 것이다. 68 혁명의 구호이기도 한데, '당신이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금부터 그꿈꾸는 세상에 걸 맞는 모습으로 살아라.' 바로 이렇게 살다보니 지금의 치과 개원까지 오지 않았을까."

실제로홍수연 원장은 2006년 한 자리에서 바베의 사상을 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토지를 헌납 받아 재분배하는 운동은 부자와 빈자,모두를 위한 혁명이다. 왜냐면 땅을 가진 자들이 그 땅을 스스로 경작하지 않고, 땅을 경작하는 자들이 그 땅을 소유하지 못한다는것은 대단히 큰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지 못하고, 환자가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현실도 비정상적이다. 홍 원장의 실험은 바로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또 다른 시도일지 모른다. 그는 바베의 실험을자기 방식대로 진행 중이다. 그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지금 또 다른 희망을 보고 있다.

▲ 그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지금 또 다른 희망을 보고 있다.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