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추억의 김치 김밥






그렇게 오래된 옛날도 아닌데
기억을 떠올리려니 아득하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버스로 40여 분을 다녀야 했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느린 걸음으로 20여 분을 더 걸어야 학교였다
집 가까이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기는 했지만
아빠 회사의 통근버스가 자녀들의 통학을 따로 또 해주었기에
그 버스를 이용할 적이 많았는데
그 버스를 이용하려면 좀 더 이른 시간에 집에서 출발해 10여 분을 걸어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침을 굶을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사실 일찍 일어나지를 못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거울 앞에 더 있으며 머리를 풀었다 묶었다를 해야 했고
이미 입은 옷을 벗어 던지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으며 옷 매무새도 더 다듬어야 했기에
정좌를 하고 아침을 먹을 여유는 없었다
매 번 차려놓은 아침을 먹지를 않자
거울을 없애버려야 한다며 잔소리를 반복해서 하시며 걱정을 하던 엄마는
거울 앞에서의 칠면조 딸을 포기하고
들고 가면서 먹으라고 김밥을 말아서 주셨더랬는데
그 김밥이란 것이 소풍날에 들고 가는 들어갈 것 다 들어간 정성 김밥이 아니라
들기름과 깨와 소금을 넣고 비빈 밥에
단무지와 김치, 무우말랭이,무우지 등을 넣어서 김에 길게 말아 두 동강을 내어 준 김밥이었다
그렇게 걸으며 가끔 말아준 누룽지도 먹고 주먹밥도 먹었는데
김치를 넣어준 김밥을 해주는 날이 가장 좋았더랬다
토요일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점심 시간이 훨 지나며 슬슬 배가 고파오자
뭘 해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생각이 난 것이 바로 그 엄마표 김치김밥이다
구운파래김 위에 잘 비빈 밥을 얹고
살짝 볶아 놓았던 김치를 올렸다
그냥 김치가 더 아삭하고 맛나지만 국물 짜기도 번거롭고 귀찮아서 물기 없는 볶음 김치로 대신했다
오늘 점심의 컨셉은 -편하고 간단하고 빨리-였기에 말이다
김밥에 꼭 들어가야 할 것은 역시나 단무지~!
단무지가 없어도 맛나지만
행여나 밍밍할 맛은 감추어주고 아우러주기에 단무지만 있으면 일단 맛의 기본점수는 팍 올라간다
무우말랭이는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히다
요즘 울 딸이 아주 좋아라 하며 잘 찾는 파김치도 올려서 말고
울 아들이 특별히 먹고 싶어하는 오메가참치도 올려서 말았다
참치김밥에는 마요네즈를 넣어야 한다며 울 아들이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울 엄마가 넣어주었던 부추김치김밥의 독특한 맛도 생각이 나서 같이 만들었다
완성~!!
아주 금방 끝났다
부추김치에서 국물이 많이 번졌다
그래도 맛있다
원하는 맛으로 골라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김밥은 저렇게 반을 뚝 잘라서 먹거나
길게 하나를 들고 입으로 잘라서 먹어야 제맛이다
요렇게 썰어서 놓았지만 손으로 들고 먹어야 맛있다며
썰어지지 않는 것부터 먹어치운다
다른 반찬 아무것도 필요 없다
단무지 몇 조각 더 있으면 다행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아삭아삭 씹히고
오독오독 소리도 나고
알싸하게 맵기도 하고
달큰하면서도 고소하게 입에 착착 감긴다
손으로 들고 먹는 김치류로 만든 김밥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고
그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울 엄마가 아침 일찍 김밥을 만들어 주면 안에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궁금해 하며 먹었었다
걸으면서 한 입을 베어 먹고는 가장 반가워 맛있게 먹었던 김밥이 있었는데
그 김밥은 바로 무우말랭이 김밥이었다
오늘 울 애들도 오독오독 무우말랭이 김밥에 가장 큰 점수를 주더라는^^
참~!!
암만 생각을 해도 당신~!!
당신은 단.무.지.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