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사진올리기 연습 1..

똘돌이 2009. 1. 30. 10:22

자라오면서 매번 명절마다 가족끼리만 모여서

제사도 없어 그러니 제사음식도 없어.

겨우 설엔 떡국, 추석엔 송편...그나마

설엔 교회에서 불우이웃돕기용 썰어놓은 가래떡을 사고

추석엔 시장서 만든 송편을 사다 쪄먹는 우리집.

가끔은 동태전 같은 것도 하지만...몇년에 한번일까

아마도 팔십이 넘으신 어머님이 요즈음 여성으로 태어나셨다면

지적이고 문학적 감각이 풍부한 그런 여성이 되셨으리라.

그리 책을 좋아하시건만

맛있게 음식만들어 내가족의 건강을 도모한다는 기본적 임무는 별로이시라 생각하시는 분이시니...

 

다른집에서 밥을 먹어볼 일이,음식점에서 사 먹어 볼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학생시절에는

그저 울어머니 음식이,김치가 가장 맛난 걸로 알았었는데

결혼 후에 특히나 형수님이 들어온 후에 형과 나는 그동안 맛에 관한 한 속아 살아왔음을

어머님께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어머님 왈...

"그래도 너희들이 건강히 잘 자랐으면 되었지 내가 뭘 못먹일걸 먹이면서 키웠냐?"

이해하자면야 하루 세끼 먹고 사는 거야 누구나 같지요...쩝...ㅎ

 

이런 바탕속에 자라난 내가 단지 음식만으로 명절이라고 즐거웠던 것은

그나마 친구들 잘 둔 덕이었지요...

명절 때마다 장손인 친구집에 세배드린다는 핑계로 한 상 푸짐하게 받곤 했습니다.

매번 친구집의 명절 음식을 볼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친구 어머님과 누님에게 감사히 먹겠다는 인사를 하고

그 어머님은 웃으시며 내새끼들 맛나게 많이 먹으라며 말씀하셨지요.

 

형수님이 집에 오시면서

이랬던 우리집에 일대 혁명이 일어났지요

무슨 음식이던 척척에 또 맛은 어떠하구요...

김치 하나도  먹을 때마다 어찌 그리 시원한지...

평생을 밥상머리에서 툴툴하시던 아버지가

아무소리 안하시고 식사하시는 모습은

제가 제 과거를 기억할 수 있던 때부터 다 동원해도 처음 본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다른 집은... 특히나 연속극에서 보면

젊은 며느리가 시집의 음식맛에 맞추기 위하여 고생하곤 하는데

우리집에선 바로 우리 입이 며느리 입맛에 적응을 해 버렸으니...ㅎ

어머님이 아마도 속으로는 배신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입이 즐거워진 것만이 아니라 눈까지 즐거워 졌으니요

일식을 이야기 할 때 눈으로도  먹는다는 말을 들어보았지요?

우리도 음식을 눈으로 먹는 즐거움까지 알았는데...어쩔 수 있나요...ㅎ

 

올 설엔 마침 어머님이 조카의 결혼식을 보고자 인천에 계셨기에

형님에게 못간다함을 말씀드리고

큰아이와 같이 할 시간이 이젠 별로 없기에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하였지요.

형님이 예약해준 속리산 행은 가는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을 다시 일깨워 주려는 듯한 폭설로 취소하고

날이 맑은것을 인터넷으로 확인한 영동지역으로 갔습니다.

 다른 코스는 다시 사진과 함께 올려보도록 하지요.

지금은 양양에 있는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의 사진이랍니다.^^

 

 

  

 

 

 

 이렇게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 되는 건가?

의상대에서 아래로 홍련암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천년바다와 천년바위와 그에 비해 먼지일 나를 한컷하고

 

 

 

 

독야청청 그 산불에서도 살아남은 장송들의 틈바구니에서

동해이자 태평양을 바라보고

 

 

 

 

 

의상대에 앉아 아이들에게 한 컷 부탁하며...

"야! 저 뒤에 홍련암이 잘나오게...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