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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칼럼 전문]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똘돌이 2009. 1. 10. 11:49

[안희정 칼럼 전문]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원외의 당 지도부로서, 국회 앞 촛불광장과 국회 안 농성장을 오가며 2008년을 보내고 다시 2009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12월 18일로부터 벌써 보름을 넘기고 있는 우리의 국회 농성을 보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많은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소신대로 국정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나라당은 의회 다수결 원리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부 언론은 이런 한나라당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면서 집권주도세력과 정치 지도자는 온갖 반대를 뚫고 나갈 돌파력과 과단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국정 철학에 대해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은 어떻게 시비 걸었는지 새삼스럽게 상기시키지 않겠습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야당 한나라당이 어떤 짓을 했는지 새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의회의 다수파, 집권한 대통령이 자기 책임 하에 국정이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리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민주주의가 책임정치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합니다.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가 임기 동안 무엇이든 맘대로 해도 된다는 백지수표 위임장일까요. 민주주의는 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라고 말하는 걸까요. 민주주의는 왜 국민과 늘 소통하는 여론정치라고 말하는 걸까요. 야당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왜 우리 헌법은 다당제 정신을 선언했을까요.


첫째, 선거에서의 승리가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는 백지위임장이 아닙니다.

선거에서의 승리는 의제 설정의 주도권,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지 ‘007 살인면허장’이 아닙니다. 상정도 심의도 여론청취도 안된 입법안들... 그 제안 법률안의 인쇄 잉크도 채 마르기도 전에 직권상정, 속도전을 외치는 당신들의 사고방식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자의 철학입니다.

둘째,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는 여론정치의 메카니즘을 확보해야 합니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국민과 소통하십시오. 야당이 무조건 반대만 해서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국민과 대화라도 제대로 하십시오. 쇠고기 협상, 한미 FTA, 대운하... 어떤 것 하나라도 국민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신적이 있나요. 지도자가 보여야 할 결단과 돌파력은 국민 앞에 자기를 던져 여론을 통합해내는 힘입니다.

공권력과 어쩌다가 얻은 의회 다수파의 입지만을 믿고 무조건 날 따라오라고 끌고 가는 지도력은 독재자의 모습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극소수로 전락한 야당을 눈 아래로 밟아버리고 촛불민심 등 국민 여론은 적당히 어르고 뺨때려서 끌고 가면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셋째, 소수파의 발목잡기식 정쟁 정치가 문제라면 여론을 설득해서 고립시키십시오.

당신들은 하루에도 수백만부씩 찍어내는 일부 언론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일주일마다 전파를 독점해서 대통령은 국민에게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연주 사장 쫒아내고 ‘땡전 뉴스’를 만들어 놓지 않았던가요. 대운하 사업, 방송법, 최저임금제 인하, 비정규직 기간 연장, 마스크 집시법, 도․감청법, 국정원법, 재벌은행법, 댓글 규제법... 우리가 반대하는 그 수많은 악법들에 대해 국민의 지지를 받으십시오. 국민의 지지가 없으니 야당도 반대하는 것 아닐까요.

넷째, 똑똑한 내가 못난 다수를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지도자도 죽고 국민도 죽이는 행위입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야당 반대를 물리치고 진행한 일이 있지 않느냐며 지도자의 결단과 추진력을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이 반대한다 해도 국민 여론이 따라오면 그 정책은 추진될 수 있었습니다. 대북평화노선이 그렇고, 신문사들에 대한 정기세무조사가 그렇고, 의약분업이 그렇고, 종부세가 그렇고, 행정수도 이전법이 그렇고, 한미작전통제권 이양 정책이 그렇고, 핵폐기물 처리장 건립이 그렇고, 한미 FTA 등 통상개방전략이 그렇고...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논쟁이 존재했지만 지난 민주정부는 국가의 해묵은 과제들을 다 해결했습니다.

다섯째,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 리더십은 절차상의 원칙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지도자 개인의 1인극이 민주주의 시대의 지도력은 아닙니다. 내가 하니까 나를 믿고 무조건 따라와 달라는 것은 사인(私人)간의 거래에서도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따라오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따라오게 만들려고 언론도 장악하고, 국정원도 풀어서 수사권을 확대시켜주고, 인터넷 댓글 처벌하고, 마스크 집시법 만들고...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리더십은 없습니다. 독재자의 대국민 탄압을 리더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없습니다.

여섯째, 혹시라도 뉴딜정책이 경제살리기 모델이라면 제대로 따라해 주십시오.

1930년대 대공황기를 극복했던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을 국가재정 풀어서 일자리 만든 사업정도라고 인식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부자들의 증세를 통한 재정확보, 노동조합의 권리 보장, 최저임금제의 강화 등을 통해 추진되었음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함께 간다는 것을 증명하는 역사적 사례가 바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부자 감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정지출은 늘려야겠으니 빚을 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빚을 내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정부의 빚이 적정 규모 이상을 넘어 버리면 대한민국은 난파선이 될 것입니다. 지난 IMF도 결국 재정건전성 덕분에 정부가 가용할 공적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IMF를 통해 경제를 거덜 내더니 이제 다시 정부재정을 거덜 낼 셈입니까.

뉴딜정책의 핵심은 서민과 중산층 - 일하는 계급과 계층의 권리를 확충함으로서 정부 재정 투자 정책의 효율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 위기 극복,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함께 간다는 사실입니다.

일곱째,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모든 것을 시장에 넘겨버리자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입니다.

2008년 12월부터 시작된 한나라당과 청와대발 입법 전쟁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국민을 통제해서 대통령과 집권당 뜻대로 국가를 끌고 가야겠다는 발상입니다. 겁주고 어르고 뺨때려서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한나라당 입법안의 본질입니다.

돈 되는 것은 모두 다 기업과 시장에 떠 넘겨서 시장논리로 이끌고 가겠다는 발상입니다. 방송도 은행도 교육도... 모두 다 시장에 떠 넘겨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한민국의 재앙입니다. 리먼브라더스가 정부 규제와 간섭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삼성과 현대가 만들면 세계 일류가 된다는 대기업 중심의 국정 철학입니다.

시대에 역행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경제순환에 역행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 국정 운영이 전면 수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