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스페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
2008년 8월 17일 방송되었던 KBS 스페셜 [베를루스코니의 이탈리아]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들려왔다. 어떤 내용인고 하고 보니, 이거 현 시점에서(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내용이다. '이탈리아'에 '우리나라'를 대입시켜놓고 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언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가 보인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반대하는 집회의 모습이다. 이 국회의원이 하고 있는 말은, 우리도 똑같이 하고 싶은 말이다. 빤히 보이는 위법행위들이 자행되고 있고,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라고 그들을 뽑아 놓은 것도 아니다. (나는 안 뽑았다고!!)
우리도 저렇게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베를루스코니 총리 반대집회 무대 한켠에 걸려있던 현수막의 글귀들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들이 무시되는 건 한 순간이다.
Y본부에 이어 K본부를 장악하려고 발악하는 그들. 그리고 처음부터 그들을 따랐던 S본부. 믿을 건 M본부 뿐이라지만 이것마저도 위태롭다. 그들이 보여줄 거짓된 진실을 보고 믿게 되는 비극은 제발 오지 않기를.
무엇보다 자유롭고 진실하고 공정해야 할 언론으로 향하는 권력의 압박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미디어'라고 칭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소유한 언론재벌 베를루스코니. 국민들을 무지몽매하게 만드는 데 쓰이는 3S의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탄생할 수 있다. 엄청나다.
그냥 봐도 누가 딱 생각나는 말이다. 자신의 사업적, 경제적 성공을 내세워 나라의 경제를 들먹이던.
대부분의 서민들이 이러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지했다. '이념'에 대한 쓸데없는 편견을 이용하고 책임질 수도 없는 '경제'에 대한 근거없는 자신감은, 다수의 국민들을 속이기에 충분했지. 거기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될대로 되라지~하는 심보도 한 몫 거들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잖아 T-T
베를루스코니가 그러했다면, 우리의 경우는 그저 무식할 뿐... 이랄까. 이지원 시스템에 대한 그들의 말과 행동은 말도 안되는 코미디였으니까.
TV는 역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바보상자 T-T 언론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건 통제를 넘어 세뇌에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언론 관련 요직에 그의 측근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 무얼 보고 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T-T
교묘한 언론 플레이. 이건 뭐, TV 볼 때도 눈에 불을 켜고 머리 써 가며 의도와 속뜻을 파악해가며 봐야 하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희극인이 위와 같이 베를루스코니에 대해 뼈있는 농담을 던졌고,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비치자 베를루스코니는 불가리아에 방문했을 때(무려 국제적인 자리에서!!) 저런 멘트를 날린다. 결국 위에서 언급된 세 사람의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만다.
부하직원과의 인터뷰라. 캬. 그냥 막 절로 와 닿는 소리다. 상사에게 잘보이려 애쓰지 않는 부하직원이 어디 있으며, 더군다나 그 상사가 가진 권력과 영향력이 엄청나다면 뭐 찍소리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이젠 아주 말도 안되는 법안까지 통과되고 ㅈㄹ이다. 밑의 국회의원은 말도 안된다며 흥분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법이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를 제 맘대로 바꾸다니. 허허. 고얀 사람일세.
그가 정권을 잡고 난 후 오른 것은 부패율 뿐이다. 국가경쟁력과 성장률은 바닥으로....... 눈으로 보여지는 수치가 저러니 더 무섭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88만원세대가 겪는 어려움과 똑같은 거다. 이 앞에 나왔던 비정규 계약직의 문제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사정은 젊은이들을 참으로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88만원 세대로서 와 닿는 바가 크다. 제발 좀 먹고 살자, 응? (현재 1유로는 우리나라 돈 1500원 정도이다. 천 유로는 150만원 정도 되겠다. 88만원세대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지만, 물가 등을 따져 보면 고만고만 할 듯.)
마지막 말에 주목. 민주주의따윈 개나 줘버려 하는 맘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기 급급한 나쁜눔들.
어쩜 이렇게 닮은 것도 많아. 베를루스코니는 경솔한 말실수로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위의 말은, 유럽연합회의에서 독일의 슐츠의원이 베를루스코니의 면책권에 대해 비판하자 그에 발끈하고 내뱉은 말이다. 개인에게 엄청난 모욕을 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슐츠의원이 그에 대해 비판하자 다른 유럽연합의 의원들은 기립하여 슐츠의원을 위로하였고, 베를루스코니만 병신됐다. 우리나라는 뭐, 말실수만 하나. 하는 짓 하나하나가 다 실수고 뻘짓.
그의 15년 집권이 남긴 것은 한 세대가 겨우 노력해야만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퇴보해 버린 민주주의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6개월 집권만으로도 10년을 되돌려 놓았으니, 5년이면 한 세대는 커녕 세 세대 정도는 지나야 겨우 회복되겠구나. 허허.
참 애매한 시기에 방송이 된 것 같다. 이미 KBS에 대한 압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쯤이니.
보면서 내내 착잡하드라. 남 일 같지도 않고, 우리의 코 앞에 닥친 이런 위기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얼마 전 전철에서 어청수경찰청장을 파면시키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에 얼른 싸인을 해줬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척만척 관심도 없었다. 어른들이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그냥 그 모습이 왠지 아쉽고 안타까워서.... 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