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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선비용 지출 비교 ... Crete님의 글

똘돌이 2008. 12. 29. 11:55

연말도 다가오고, 또 가뜩이나 경기도 나쁘니,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관심이 더해집니다. 오늘은 세계 각국의 자선 비용 지출을 비교해 볼까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 금요일(12/26) 포브스(Forbes.com)의 기사 하나를 읽을 기회가 생긴 덕이죠.

누가 가장 자선을 많이 하나? (Who gives the most?)☜

'엘리자베스 이브즈(Elizabeth Eaves)'라고 포브스의 여론부분 편집부국장이자 주간 칼럼니스트가 작성한 기사입니다.

기사의 바탕이 된 자료는 존스홉킨스대학 정책연구소(The Johns Hopkins University Institute for Policy Studies) 소속 시민사회 연구센터(Center for Civil Society Studies)의 '전세계 자선비용 비교 보고서(The Comparative Nonprofit Sector Project)☜'입니다.

미국은 GDP대비 일인당 자선 액수가 전세계에서 부동의 1위입니다. 이브즈 편집장의 질문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왜?"

미국은 서방 선진국 중에서도 종교열이 좀 극성스러운 나라에 속하죠. 따라서 자선 액수의 1/3 정도가 종교단체에 기부됩니다. 물론 교회에서는 이 돈으로 목사나 직원들 월급도 주기는 하지만, 교회의 제법 비중 있는 사업 중에 하나인 자선 사업에도 지출이 되니 종교 단체로 흘러 들어가는 자선 기부금이라고 모두 무시될 것만은 아닌 셈이죠.

아무튼 '전세계 자선비용 비교 보고서(The Comparative Nonprofit Sector Project)☜'에 따르면 금액 부문에서 미국이 일인당 GDP의 1.85%로 압도적인 1위이고, 2위는 이스라엘(1.34%), 3위는 캐나다(1.17%)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0.18%로 36개 조사 대상국 중에서 30위. 그리고 자원 봉사자 부문에서는 1위가 네델란드, 2위는 스웨덴, 미국은 8위입니다.

한번 도표를 직접 보여 드리죠.

 

http://www.jhu.edu/~cnp/PDF/comptable5_dec05.pdf

이브즈 편집장의 기사 내용을 정리해 보면,

첫째. 소위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서비스가 완비된 국가들의 경우 자선 비용 지출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습니다. (스웨덴 18위, 프랑스 21위, 독일 32위) 한번 프랑스의 예를 들어 살펴보도록 하죠. 프랑스는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보다 소득불균형이 적고 빈곤층의 비율도 낮습니다. 따라서 자선을 베풀 빈곤층 자체가 눈에 띌 일이 적고 또한 정부가 세금을 많이 부과하니 이런 빈곤층을 돌보는 일은 정부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서 주머니에 돈은 없지만, 복지국가들의 경우 자원 봉사 정신은 높다는 지적입니다. 네델란드, 스웨덴, 영국, 프랑스, 독일 모두 자원 봉사 분야에서는 자선 순위가 상위에 위치하고 있죠.

둘째.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부를 재분배하는 임무에서 부자들을 자유롭게 해주면, 자발적으로 자선 사업에 열심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죠. 사실 이 분석이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유층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 부담이 가해지면서도 자선 비용 지출에는 조사 대상 36개 나라 중에 30등을 한 우리나라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군요. -.-;;

셋째. 이렇게 미국 내에서 자선 비용 지출이 많은 걸 세금 감면과 연관 지어 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자선 비용으로 지출된 돈이 세금 감면을 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돈에 들어오는 돈 자체가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즉 100만 불을 자선 비용으로 내 놓으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70만 불 정도는 손해를 보는 것이니 세금 감면이란 측면으로 부자들의 자선 비용 지출을 평가 절하할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지적을 하면서 한가지 인상적인 인용을 합니다. 아주 인상적이어서 저 역시 잠시 멈칫했을 정도입니다. 즉 2005년 현재 미국의 부통령인 딕 체니와 그의 아내가 880만 불의 소득을 올렸는데, 이중에서 78%인 690만 불을 자선 단체에 기부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좀 먹고 살만한 부자들이 자선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연봉 2.5만 불 ~ 5.0만 불 사이의 근로자 가정이 가장 높은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자료도 제시하죠. 물론 두 번째로 많은 비율로 자선 활동을 하는 그룹은 연봉 1천만 불 이상의 재벌급 부자 그룹이긴 합니다.

결국 미국의 경우 사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자들의 자선 비용 지출 비율이 최고로 높고 그 다음으로 연봉이 1천만 불 이상인 재벌급 인사들의 자선 비용 지출이 2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이쯤 해서 이 글을 읽으시는 우리나라 독자들 머리 속이 좀 복잡해질 것도 같군요.

넷째. 더 많은 자선 비용 지출은 사회적 명성을 쌓기 위한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게 왜 나쁘냐는 반론입니다. 어차피 의도가 어찌되었건 베풀어진 비용으로 가난한 이웃을 구제할 수 있지 않냐는 거죠. 차라리 부자들이 이렇게 자선 사업을 통해 명성과 존경을 받는 문화가 미국에 정착된 것이 다행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듣고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결론

대충 드릴 말씀은 다 드렸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들의 소득세 비중은 OECD국가들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낮은 나라입니다. 아래 첨부한 2007년도 OECD 통계 자료를 보세요. 얼마나 세금 부담이 적은지. 즉 서구 복지국가들처럼 막대한 세금이 개인들의 자선 활동을 제한하는 곳도 아니죠. 차라리 미국처럼 세금이 낮으면 그 낮은 세금 내고 남은 돈으로 서민들이나 부자들이 앞장서서 사회적 약자들은 위한 자선 비용 지출을 한다면, 낮은 세율과 빈약한 사회보장 제도도 용납을 할 수 있겠죠. 실제로 미국의 경우 정부가 사회보장 제도에 재정 지출하는 걸 반대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자선 비용 지출이 12배나 많습니다 (1996년 General Social Survey). 좀 역설적이죠?

 

이제 1년을 지내고 보니 이명박 정부의 칼라가 좀 더 선명해지기는 합니다. 감세와 복지 축소가 점차로 뚜렷해지는군요. 서구 유럽의 높은 담세율과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 제도도 아니고, 미국처럼 낮은 세율에 높은 자선 비용 지출이 있는 나라도 아니고. 앞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한동안은 고생을 많이 하게 생겼다는 말씀밖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네요.

미국처럼 세율은 낮은 반면, 미국 사회에 뿌리 내린 왕성한 자선 활동과는 10억 광년쯤 떨어진 우리 사회에서 덮어 놓고 세율만 내리면, 만사가 해결이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사회에 자선 활동에 대한 인식이 낮다면, 국가 시스템으로 서구 사회처럼 높은 담세율과 수준 높은 복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떤가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