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자료사진). ⓒ 시민광장 |
|
| [데일리서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한 강연에서 참여정부의 이념성향을 사회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구현할 정당 출현의 길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유 전 장관은 현재의 상황에서 사회자유주의 정당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비슷한 길을 가는 방법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지난 11일 오후 4시 30분 경북대 우당교육관 101호에서 복현콜로키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사회자유주의 참여정부 이념성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했다.
복현콜로키움은 경북대 교수 모임으로 이날 토론회에는 경북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참석, 유 전 장관의 발제에 대해 2시간여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참석자가 당시 발제문을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과 유 전 장관 지지자 모임인 ‘시민광장’에 공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이념성향과 관련 “분명한 자유주의적 기조를 지니고 있었다”며 “시민의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정경유착과 권언유착 등 권력카르텔을 해체함으로써 헌법 규정에 부합하는 권력의 민주화와 분권화를 추진했고, 해묵은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는 동시에 기업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과 자의적 개입을 극소화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FTA 체결과 관련 그는 “시장경제라는 국민경제의 기본질서를 확고하게 승인했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했으며 한미FTA를 체결하는 등 자유무역 확대에도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했다”며 “이는 참여정부의 자유주의 성향을 분명하게 보여준 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참여정부는 동시에 사회적 형평과 사회통합, 그리고 기회균등을 이루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확대 강화했다”며 사회주의적 측면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사 진상규명과 국가의 사과, 신행정수도 과 지역균형발전정책, 노사정위원회와 저출산 고령사회 연석회의, 투명사회실천협의회 등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기구 신설과 강화 노력, 국가사회지출의 대폭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노령연금 도입, 아동과 장애인 지원 확대, 교원 확충,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와 강력한 부동산 거래와 신용 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며 “이런 정책에서 참여정부의 진보적 성향은 뚜렷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 유 전 장관은 “진보는 보수와 달리 비군사적 수단에 의한 국제분쟁 해결을 선호한다”며 “참여정부는 전시작전권을 환수함으로써 한반도 정세에 대한 대한민국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선 유 전 장관은 “부시행정부의 독선적 일방주의적 군사외교정책이 국제사회를 압도하면서 참여정부는 사회자유주의에 걸맞은 한반도 평화주의 정책을 채택하기 어려웠다”며 “이라크 파병은 이런 환경에서 (한미관계가 장애를 조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들인 최소한의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전쟁터 나가 참패”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를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를 인정하면서 그 장점을 취하는 중도통합 또는 중도진보적 이념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뒤 “한국경제의 내부구조 결함, 보수 편향의 담론시장,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사회자유주의 성향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는 못했으며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역량 부족으로 대통령의 스타일, 미약한 정치세력, 매우 작은 정치적 기반 등을 꼽았다.
그는 “힘이 아니라 말과 논리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적대세력의 집중적 공격목표가 됨으로써 국민과 정부의 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서적 토대가 파괴됐다”며 “대통령은 ‘재래식 살상무기’를 버리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한 가운데 전쟁에 나섰다. 검찰, 국정원, 감사원, 국세청을 모두 청와대에서 독립시켰고, 야당과 보수세력의 거센 정치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이러한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변변한 방어용 무기 없이 전쟁에 나선 지휘관처럼 대통령은 보수신문과의 ‘전쟁’에서 참패했고, 참여정부는 이로 인한 정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지 못한 가운데 끝이 났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사회자유주의적 정책 패키지를 마련하여 국민을 설득하고 입법을 해나갈 수 있는 정치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열린우리당은 한때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가졌지만 사회자유주의 노선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견지하려는 세력은 여당 내의 매우 미약한 소수정파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미국 민주당처럼 보수적 자유주의와 중도자유주의, 사회자유주의 세력이 제휴한 연합정당이었다”고 규정한 뒤 “그런데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연합정당으로서 열린우리당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제도적 절차적 정치적 원칙이 모두 무너졌다”고 열린우리당의 붕괴를 되짚었다.
유 전 장관은 또 “뚜렷한 사회자유주의 성향을 지닌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은 매우 작았다”며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통치기조가 미약한 기반마저 크게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역량이 부족한 중도정권은, 그것이 중도진보든 중도보수든, 좌우 양쪽에서 오는 이념적 공격에 취약하다”면서 “역량이 크면 통합에 성공해 좌우 극단주의를 소수파로 만들 수 있지만 역량이 부족하면 협공에 밀려 소수파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참여정부는 후자의 케이스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오바마들은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을 것”
유 전 장관은 이어 새로운 정당 건설과 관련 “미국 민주당에서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오바마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 데서 보듯, 우리나라에서도 자유주의와 사회자유주의, 사회주의가 하나의 정당 안에 공존 경쟁하면서 보수 한나라당과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독일식 선거제도가 실시된다면 당연히 독자적인 정당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자유주의 정당이나 진보정당과 연합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현실은 두 길이 다 막혀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유 전 장관은 “첫 번째 길은 보수 자유주의 다수파가 열린우리당이라는 연합정당을 파괴함으로써 봉쇄되었다”며 “사회자유주의자들은 오늘의 소수파가 내일의 다수파가 될 수 있는 규칙을 허용하지 않는 정당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고 민주당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 때문에 “민주당은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서 다시는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면서 “따라서 여러 정당이 반보수대연합을 형성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자유주의-진보 연합정당이 예측가능한 미래에 출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두 번째 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봉쇄하고 있다”면서 “각각 배타적 지역기반을 보유한 이 정당들은 현행 선거제도가 만들어낸 기득권집단이다. 다당제와 연합정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연합정당이 만들어질 가능성보다 더 낮다”고 법적 제약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유 전 장관은 “두 갈래 큰 길이 다 봉쇄된 상황에서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독자적인 사회자유주의 정당을 만드는 방법이 남아 있다”며 “이것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비슷한 길을 가는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자유주의 정책노선의 대중적 수용성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이런 시도가 어느 정도라도 성공한다면 일종의 ‘정치적 치킨 게임’을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민주당,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그리고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자유주의 정당의 각개약진이 명백하게 자유주의-진보세력의 선거 참패를 초래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면, 그때는 보수 자유주의 정당과 사회자유주의 정당, 진보정당들의 선거연합이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내다봤다.
민일성 기자
☞ 유시민 전 장관 발제문 보러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