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 노빠와 진보좌파의 차이점
노빠와 진보좌파의 차이점
(서프라이즈 / 잡부 / 2008-10-03)
진중권? 뭐 하는 사람이지?
한 줄로 간단히 요약하자. 잡부는 진중권이 뭐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문화평론가라는 걸 오늘 알았다. 물론 이름은 들어 봤다.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8, 9년 전 인터넷을 통해서다. 그리고는 그냥 잊어버렸다. 또, 비슷한 시기에 강준만이란 사람의 이름도 듣게 됐는데….
둘이 같은 사람인 줄 알았다. 이름도 비슷하지 않은가? 나는 진중권이 강준만이고 강준만이 진중권인 줄 알았다. 둘이 서로 다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건 그로부터 약 4, 5년이 흐른 뒤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이들의 이름을 외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관심 없었다는 것이다. 언제인가 3년 전쯤일까? 이들의 이름을 떠올리려 한참을 고생하다 포기하기도 했다.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잡부는 치매? 바보?
아니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잡부는 치매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 올해가 2008년도인걸 알게 된 건 7월경이었다. 올해가 몇 년도인지 나는 관심이 없었다. 알고서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어서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모를밖에…. 지금 살고 있는 집 주소를 알게 된 것도 3년여가 흐른 두 달 전이었다. 내 핸드폰 번호를 몰라 당황한 적도 많다. 그러고서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관심 없었으니까.
강준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잡부가 비노, 반노이자 난닝구(?)였을 때다. 그리고 진중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난닝구(?)를 벗어나 진보좌파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최근이다. (그런데 도대체 진보좌파가 뭐지? 아직도 난, 내가 진보좌파라는 걸 인정하기 힘들다. 진보좌파란 소위 먹물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던가? 잡부가 진보좌파라니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어쨌든 지금은 진중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재수 없다.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그에 대한 잡부의 선입견은 그가 메마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이 메마른 사람,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 냉혈한, 차가운 전투 인조인간.
그래. 인정한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어찌 온전히 그를 다 알 수 있겠는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 않던가. 그러하니 그의 진짜 내면이 어떠한지 누가 알겠는가? 그냥 그가 자신을 표출하는 그걸로 그를 재단할밖에….
이상은 진중권에 대한 뒤통수 까기였다. 뒤통수를 까댔으니 이젠 앞통수를 예찬하자. 비행기 태웠다가 추락시키는 것보다는 추락시켰다가 비행기 태우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는가.
잡부는 지금 강준만보다는 진중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난닝구 보다는, 노무현이나 유시민보다는, 진보좌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이유를 언급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아마도 진중권에 대한 예찬의 글이며 진보좌파에 대한 예찬의 글이자 노빠에 대한 비판의 글이 될 것이다.
노빠의 한계
노빠와 진보좌파빠(라고 얘기해야 서로 동등할 것 같다)의 차이점은 뭘까? 노빠의 한계? "이늠, 노빠를 비판하려 하네? 개늠…" 하며 마이너스 점수를 내지르고 가려는 당신, 갈 땐 가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차이점에 대해 짧게라도 한마디 하고 가시라.
그간엔 관심이 없었더라도 이 글을 읽으면서는 노빠와 진보좌파빠와의 차이점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보시기를 바란다. 손해될 거 없다. 진중권, 강준만에 관심을 가져서 잡부 손해 본 거 없다. 마이너스 퍼붓는 거 괜찮다. 다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 보시라. 노빠인 당신이 진보좌빠들인 저들과 뭐가 어떤 점이 서로 다른지 관심을 가진다고 손해날 일 절대 없다.
최근 노빠와 진보좌파빠가 함께 하기를 바라는 몇 편의 글로 잡부의 글이 대문글에 올랐다. 예전 같으면 바로 해우소로 빠질 글이었다. 대문글에 오르니, 기분 좋더라. 그렇지만, 오늘은 반대의 글을 올리려 한다. 함께할 수 없는 서로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며 해우소행 글을 쓸 수밖에는 없겠다. 왜냐하면, 원인을 파악하지 않으면 해답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다른 점, 차이점을 파악하고 그걸 서로가 이해할 때에라야 함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빠는 더 나아가지 않는다. 한마디로 보수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러저러해야 그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라고 외치는 진보좌파빠들과 노빠의 다른 점이 바로 이거다.
그냥 막연하게 원칙과 상식의 사회를 원할 뿐, 실제 그런 사회가 어떻게 가능할 것이냐에 대해선 깊은 고뇌를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고뇌를 통해 나름대로 길을 제시하는 진보좌파빠들의 말 그대로 이런저런 가능성과 그 실현 방법에 대해선 노빠들,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다가도 하얗게 질려선 뒷걸음친다.
저절로 얻어지는 건 없다. 조중동? 수구부패 한나라세력? 이들이 사라진다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질까? 노, 네버,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 봐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사라진다고 해서 그걸로 끝일까?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또다시 생겨난다.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다.
노빠의 한계는 뚜렷한 뭐가 없다는 점, 막연하다는 점
종부세? 종부세를 6억이 아니라 1억으로 한다 하여 뭐가 달라질 것인가? 그런다고 수구부패가 사라질 것인가? 또, 삼불정책?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그런다고 돈으로 학벌을 사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인가? 그런다고 합격을 하고도 대학등록금이 없어 자살까지 하는 청소년들이 없어진다는 말인가?
분양가 공개나, 1가구 1주택, 토지공개념을 실시자고 하면 노빠들은 하얗게 질려선 뒷걸음질친다. 공동 학위제나 대학 평준화, 무상교육을 시행하자고 하면 노빠들은 하얗게 질려선 뒷걸음친다. 종부세를 6억으로 하면, 삼불정책을 유지하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다. 도대체 어느 세월에?
서로 간의 태생적 한계다. 진보좌파빠와 노빠가 함께하기 위해선 이 태생적 한계들을 뛰어넘어서야 한다. 불가능하다. 노빠들은 한계를 정해놓고 그걸로 만족하고, 진보좌빠들은 이들의 한계를 깨트릴 힘이 없다.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진보좌파빠들이 노빠가 되는 것이다. 뚜렷했던 자신들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노빠들처럼 막연함에 기대는 것이다. 저절로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진중권은 진보좌파다
그가 진보좌파인 것이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 마음에도 없는 진보좌파를 하는 것일지 아닐지는 나도 모른다. 진중권을 비판하는 노빠들 상당수가 그리 생각하는 것 같던데, 그런 것에는 잡부 관심 없다. 어쨌든 그는 뚜렷한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서 전진한다. 모호함 속으로 숨으려는 노빠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진보좌파빠들은 노빠들의 태생적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노빠들은 진보좌파빠들의 태생적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한, 함께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둘 다를 이해한다. 노빠에서 난닝구로 그리고 진보좌파빠로 방향을 틀고 있는 잡부이기에 그렇다.
노빠의 태반, 아무리 관대하게 잡아도 60% 정도는 막연하고 모호한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이들은 절대 진보좌파빠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분들은 가능성이 많다. 당신은 어는 경우에 속하는가? 이글을 해우소로 보내더라도 한마디는 남기고 보내시라.
ⓒ 잡부
------------------------------------------------------------------------------------------
잡부님과 다른 시각 - 노빠와 진보좌빠의 차이점
(서프라이즈 / 영원한보헤미안 / 2008-10-03)
일단, 잡부님의 글이 대문에 올라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데 대해서 서프라이즈에 감사드립니다. 여느 사이트였으면 사전검열(?)에 걸려서 절대로 이슈화될 수 없는 글이었겠죠.
잡부님의 글이 해우소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만 해도 이미 서프의 건강성은 입증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글이 대문에 오른 것만 봐도 잡부님이 지칭하신 '노빠'와 '진보좌빠'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봅니다. ('노빠'라는 호칭이 탐탁지 않으나 잡부님이 지칭하신 대로 편의를 위해 노빠 vs 진보좌빠로 하겠습니다.)
과연, 진보좌빠를 비판하는 글이 진보좌빠 성향 인터넷언론의 메인에 걸릴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표현하는 단어 중에 '교조주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사상적 견해에 대한 맹신을 보이는 부류죠. 잡부님이 지칭하신 '노빠'들은 이러한 '교조주의'를 태생적으로 싫어한다고 봅니다. 교조주의에 빠지지 않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최고의 강점으로 꼽는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모양새가, 진보좌빠로부터는 '보수'다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고, 수구세력으로부터는 '좌파'다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사상에 몰입하고, 구호 아래 줄 서지 않는 면으로만 봐도 '매를 벌고 있는' 집단일 수 있겠지요.
잡부님의 견해 중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사항 중 가장 큰것이, '노빠'는 대안이 없이 흥청대는 사람들이고, '진보좌빠'는 대안이 뚜렷한 사람들이라는 견해입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노빠'는 가장 사회적 소모와 부작용이 크지 않은 대안을 모색하여 '실천'하는데 관심이 있는 세력이고, '진보좌빠'는 구현 가능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고려보다는 '명분'을 달성하는데 관심이 있는 세력이라는 생각입니다.
대안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비춰 실현가능성이 높을 때 대안일 수 있습니다. 진보좌빠의 사상과 정책으로는 정권을 배출하여 실천할 수 없는데, 어찌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직까지 진보좌빠의 행보에 동감하는 국민은 소수입니다. 진보좌파의 사상과 명분에는 동감하되, 그것을 곧이곧대로 현실화시키는데 들어가는 갈등과 사회적 소모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질타하던 많은 국민들이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진보좌빠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을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급진적인 개혁정책으로 사회적 갈등이 극대화 되면(소위 개혁피로증이죠) 또 그렇다고 질타할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정치적 성향이 선명하지 않은 국민이 대다수라는 말이죠. 선거 때마다 집계되는 부동층의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아울러, 금번에 이명박 정권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열린우리당이 보인 지지부진한 개혁 행보에 대한 실망감이 절반 정도 된다면, 나머지 절반은 10년간의 개혁피로증의 누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끝나가던 시점에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우경화 되었던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요즘 잘해주고(?) 있는 덕분에, 다시 우리 국민이 진보개혁에 대한 필요성에 눈뜨는 게 한편으론 다행으로 여겨집니다.)
진보좌빠의 눈으로 보기엔, '노빠'들이 보수세력으로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상과 명제가 겉으로 보기에 선명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 진보좌빠의 입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수 있습니다. '우파 정책의 선택적 수용'이라는 것이…
보수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보수의 원래 정의란 지켜내야 할 가치를 지켜나간다는 의미가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아직 진정한 보수란 없었습니다. 지켜내야 할 가치가 바로 선적이 없었으니까요.
'원칙과 상식'을 지켜내는 면에서 노빠를 보수라고 지칭하시려면 그건 진보좌빠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비판적인 시각을 생산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개혁세력에 자극을 가해주는 게 진보좌빠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현재의 역할이라고 보는 쪽이니까요.
하지만, 진보좌빠 세력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교조주의와 사상과 명제에 천착하여 당장에 구현 가능한 '대안'을 발목 잡지는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지켜낼 만한 가치'가 바로 서는 날까지는, 진보좌빠 세력이 보시기에 '노빠'가 적으로 비친다고 하더라도, '대연정'을 하자는 거죠.
그 이후에는 '노빠는 보수다.'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의사가 있습니다.
ⓒ 영원한보헤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