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교육과 환경

언제나 열려있는 ... 민병희 교육감

똘돌이 2012. 2. 2. 14:26

 
▲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특별 기고] Semper Apertus(언제나 열려있는)

 

 

“한국은 교육에서만큼은 지옥인 것 같아요.”

이렇듯 충격적인 말을

핀란드에서 초·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동포 학부모에게서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학교를 마치고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핀란드인 남편을 만나 정착했다고 합니다.

그 날 만난 고교 유학생

“한국에서는 많이 공부하고 속도도 빠르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적게 공부하고 속도도 느려서 배운 것들이 모두 내 것이 돼요.”라고 했습니다.

지난 달 9일부터 열흘간 교과부에서 주관하는 학교 운영 선진화 과정 연수의 일환으로,

 프랑스, 독일, 핀란드의 교육현장을 둘러보면서 많은 분들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솔직히 너무나 부러웠고,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가슴을 눌렀습니다.

프랑스에 이민 온 지 삼십년이 되었다는 한 학부모는

“공부로 학생을 스트레스 주는 사람은 베트남 부모와 한국 부모뿐”이라며

“대부분의 프랑스 부모들은 자녀의 성적이 아닌 미래희망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학생들은 학교 가는 것을 무척 즐거워한다.”고 했습니다.

교육비는 가계소비의 0.8%에 불과하고, 국가차원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으며,

대학장학금은 경제적 어려움이 큰 학생부터 지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일 만하임 발도로프 학교의 교육목표는 ‘소통, 존중, 관용’이었습니다.

괴테, 헤겔, 베버, 야스퍼스 등 세계적인 철학자가 재직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본관에는

라틴어로 ‘Semper Apertus’(언제나 열려있는)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곳의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학교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인 만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덕목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자세와 타인에 대한 선의라고 말했습니다.

또 하나 부러웠던 것은 마을 도서관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우리를 안내한 가이드가 사는 동네의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가이드는 ‘워낙 작은 도서관이라서 볼게 있을까요?’라는데, 넓은 공간에 책이 무척 많았습니다.

한 쪽에는 아이들이 신발 벗고 들어가 책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3~4살쯤 된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들어와 편하게 책을 읽는 것도 보았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헬싱키의 한 시립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도서관 안내 팸플릿의 표지사진은 노인분이 거실에서 평온하게 책을 읽는 모습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 분들도 집에서 책을 받아 읽을 수 있고, 평생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이들은 이렇게 도서관으로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50여만명이 사는 헬싱키에 36개의 시립도서관이 있고, 어느 집에서든 2㎞이내에 도서관이 있답니다.

지난해에 헬싱키 시민 1인당 15.6권의 책을 대여했다는 말을 듣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이들 세 나라에서 강조하는 것은 누구나 다 재능과 소질이 있기에,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을 통해 잠재성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운영도 학교구성원의 민주적 협의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문학·예술·체육에 재능 있는 학생과 지역주민의 여가활동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 시스템도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세심히 배려하는 정부의 교육정책과 지자체의 지원, 학교구성원의 민주적 협의가 촘촘히 맞물려 공교육을 굳건히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 나라는 복지제도가 발달해 있는 만큼, 세금을 많이 걷습니다.

소득의 40%이상을 세금으로 내고 있지만, 세금이 교육받을 권리의 보장과 질병과 사고로부터 보호해 주기에

국민들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느낀 또 하나는, 강원도교육청의 청사진인 ‘모두를 위한 교육’과 교육지표인 ‘행복한 학교 함께하는 강원교육’이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일찍이 하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유럽 연수에서 제가 얻은 결론이고 믿음입니다.

올 한해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모두가 행복한 강원교육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Semper Apertus’(셈페르 아페르투스)를 가슴에 담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