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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잔혹사’와 ‘광화문 유착사’, 언론의 두 얼굴 / 양정철

똘돌이 2011. 2. 23. 19:54

 

‘광화문 잔혹사’와 ‘광화문 유착사’, 언론의 두 얼굴 / 양정철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신고센터. 권력을 잡으며 없어진 기구. 다시 여시지요.(사진:뉴시스)


[시시비비 8년의 기록] 저는 이 코너를 통해 우리 언론, 특히 수구신문들이 참여정부 시절 얼마나 터무니없는 보도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정치적 악의 차원에서 공격했는지를 실증적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추억담이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가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악몽 같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기능이 있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하실 것입니다. 재임 중 노 대통령은 수구신문들의 악의적 공격 때문에 참 힘들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모들에게 늘 강조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힘들더라도 의연하게 감당하자. 이게 우리 숙명이다. 우리가 힘들어도 이렇게 해서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부당한 야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우리가 불편한 게 국민에게 이로운 일이다.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은밀하게 야합해서 여론을 조작하고 거짓민심을 만들려고 하면 역사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그리고 좋은 점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자. 그들이 그러는 만큼 우리 스스로 더 절제하고 더 조심하고 더 청렴해지는 것 아니냐.”

그렇습니다.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들이나 현 정부보다 그래도 청렴할 수 있었던 것은, 언론과의 관계가 워낙 불편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책잡히지 않기 위해 특별히 절제했던 것도 하나의 배경이 될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는 언론의 여러 기능 가운데 견제기능, 경고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언론이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문하는 것입니다.

이른바 ‘함바 비리’가 바야흐로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번지고 있습니다. 장수만, 최영, 배건기 등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고, 차례로 구속되거나 검찰소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까지 언론은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지금도 수구신문들은 시늉만 내고 있습니다. 

저는 수구신문의 참여정부에 대한 악의적 공격을 ‘광화문 잔혹사’로 명명했습니다. 악의적 공격은 ‘빗나간 언론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그들은 ‘잔혹사’를 끝내고 유착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권력과 언론의 유착 속에서 맞는 4년차. 비리는 앞으로도 곳곳에서 터져나올 것입니다. ‘빗나간 유착’이 권력비리의 온실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론에게 묻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의 그 오만과 기개는 다 어디 갔습니까.

광화문 잔혹사

2006.2.9. (청와대브리핑, 청와대 홈페이지)

법원이 6일 이른바 ‘행담도 비리’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문정인 정태인 두 사람에게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당사자들은 물론 청와대도 할 말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나 검찰수사 혹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 지금껏 극도로 말을 아꼈습니다. 이제 법원 판결이 났으니 짚을 건 짚어야겠습니다.

이 사건이 불거진 시기는 지난 해 여름이었습니다. 당시 야당과 언론은 이 사건을, 권력실세가 개입한 의혹투성이의 게이트로 몰아갔습니다. 소설 같은 의혹제기가 꼬리를 물었습니다. 청와대는 마치 비리의 온상, 의혹의 진원지처럼 비쳐졌습니다.

“행담도 의혹 실체는 뭔가” “노대통령 부적절한 지시-개입 파문” “노대통령으로 번지는 S프로젝트 파문” “진골 노무현 사람과 잡골 공무원들” “업자 1명에 농락” “국정시스템 흔드는 대통령 측근들” 당시 일부 신문의 지면을 도배한 제목들입니다.

숱한 의혹제기와 비난의 끝은 무엇이었나

이제 비교해 보십시오. 알량한 실체는 무엇입니까? 그 숱한 의혹제기와 비난의 내용이 과연 적절했습니까? 책임 있는 문제제기였습니까?

보도행위 자체를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게 아닙니다. 국민적 의혹과 관심이 쏠리는 일에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의혹은 밝혀야 하고 진실은 드러내야 합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고 엉뚱한 내용을 갖다 붙여 대단한 게이트라도 되는 양 뻥튀기 하는 보도행태는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하고 흔드는 수단으로 억지 게이트를 양산하는 것은 보도윤리의 문제입니다.

행담도 보도가 필요 이상으로 과도했고, 일부 정치적 악의가 개재됐으며, 그래서 의혹 부풀리기가 더 기승을 부렸다는 점은 보도량으로 증명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언론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세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행담도, 유전개발, 청계천 개발비리 등입니다. 세 사건을 단순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청계천 개발은 공사와 관련하여 자치단체 부시장 등이 수 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건입니다. 국민세금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일부 공직자들이 부의 축적수단으로 삼은 대표적 비리게이트인 셈입니다. 실제로 관련 공직자들은 1심 판결에서 각각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20만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는 등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당시(2005.5.6.~2005.5.28.) 일부 보수신문들의 관련보도는 A신문 24꼭지 2만2987자, B신문 18꼭지 1만 6872자였습니다. 다른 신문도 큰 차이를 보인 건 아니지만, 보수신문 가운데엔 굳이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이명박 시장을 향한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거나 청계천 복원 자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독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보기 드문 세심한 배려입니다.

반면 유전개발 의혹은 검찰수사 결과 비리사건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청와대 인사의 비리 혹은 탈법 연루사실은 없었습니다. 이광재 의원도 내사 중지됐습니다.

일부 보수신문의 사건 당시 관련보도는 검찰수사발표 이전까지 것만 쳐도 A신문 152꼭지 14만 6221자, B신문 137꼭지 14만 3499자였습니다. 다른 신문도 두 신문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은 양의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청와대 기획설, 권력형 비리설, 은행대출 압력설 등이 난무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청계천비리만 철저하게 수사했고 두 사건은 느슨하게 수사했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책임한 ‘권력비리說’ 확대재생산 언제까지

그러나 당시 사건보도는 어땠습니까? 근거 없는 의혹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광재 의원을 직결시켜 권력형 비리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어떤 비리 팩트의 발굴이 아니라 ‘누구 소환’ ‘아무개도 관여(알고 있었다)’가 기사 포커스인 희한한 보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에 판결이 난 행담도 개발은 애초부터 비리사건도 아니었습니다. 숱한 의혹이 난무했지만 재판부는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또 직권남용권리행사 부분에 대해서도, 직권을 남용했거나 도로공사로 하여금 담보제공을 강요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보도와 의혹제기에 두 보수 신문이 각각 51꼭지 6만5929자, 51꼭지 6만173자 분량을 할애했고 나머지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그 숱한 의혹의 언어들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이 수많은 의혹과 비난을 제기할 만한 사안이었는지에 대해 이제 관련 언론인들은 양심을 걸고 돌아보기 바랍니다. 언론 체면도 말이 아니지만, 우방인 싱가포르와 주한 싱가포르 대사에게까지 맞춰졌던 관련 보도를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집니다.

행담도 보도를 하면서 청계천 보도의 경우처럼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거나 ‘서남해안 개발 자체를 비리의 온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언론이 한군데라도 있었다면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무슨 일만 나면 야당과 일부 신문이 심증이나 의혹만 갖고 여권 인사들에게 ‘대통령 측근’‘여권 실세’라는 수식어를 붙여 권력형 비리, 더 나아가 대통령 주변의 비리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행태에 우리는 신물이 납니다.

과거 혹은 현재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것은 마땅합니다. 반대로 평범한 사람 이하의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명예가 짓밟힐 이유도 없습니다. 대통령 관련 인사에게 엄정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과, 근거 없이 공격을 가하는 것은 준별돼야 합니다.

더욱이 대통령이나 주변사람의 도덕성을 흠집 내기 위해 ‘아니면 말고’식의 희생양을 만들어선 안 됩니다. 조폭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 콕 찍어 손 좀 보기 위해 괜한 일을 트집 삼아 위협을 하다가 트집거리가 안 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홱 돌아서서 다시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유치한 ‘광화문 잔혹사’는 끝나야 합니다.

언론이 쏟아낸 그 많은 의혹과 루머 앞에 두 공직자는 나신의 상태로 명예를 실추당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명예는 누가 회복시켜 줄 것입니까. 두 사람이 무죄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한 일부 신문의 2월7일자 기사는 사회면 구석에 각각 547자, 381자로 드라이하게 처리됐습니다. 단 한마디 사과도 없습니다. 지면에서 확인된 의혹과 실체의 양적 차이에는 100여배 틈이 있습니다. 그 틈은 두 사람에게 평생 메울 수 없는 통한의 골이 될 것입니다. 

‘의혹 부풀리기-사실 외면’ 이젠 달라지길

돌아보십시오. 이와 유사한 무책임한 의혹제기가 어디 한두 번이었습니까? 참여정부 출범 이후 주요 신문의 1면과 주요 면을 가득 메운 각종 ‘설(說)’은 나열하기 숨이 찰 정도입니다.

△(최도술 前비서관) ‘당선축하금 900억 모금’설 △‘386참모들 돈벼락’설 △‘대선자금 모금할당’설 △‘노캠프 괴자금 CD 1300억’설 △‘굿머니, 노캠프에 30억 제공’설 △‘동원산업 50억 제공’설 △‘모그룹서 노캠프 40억 빚 변제’설 △‘노건평 씨 별장·카페 특혜건축’설 및 ‘건설정보 사전입수’설 △‘노건평 씨 땅 실제주인은 대통령’설 △‘이원호 씨 노캠프에 50억 제공’설 △‘김성래 씨 (이호철비서관 통해) 대통령에 95억 전달’설 △‘민경찬 653억 모금설’ 등 루머공화국을 방불케 합니다.

세월은 가고 의혹은 잊혀집니다. 당시에 분노했던 국민들도 숱한 의혹들은 기억조차 못합니다. 의혹의 당사자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망각과 용인의 악순환 속에서 무책임하게 ‘칼’을 휘둘러 댔던 사람들은 또 다른 목표물을 찾아 거리를 누비고 있습니다. 이것이 언론자유가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 광화문의 잔혹한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