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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거짓 녹색성장, 이제 국제 사기 수준으로 가나.

똘돌이 2009. 6. 1. 21:32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녹색성장이 이제 국제적인 이야기 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녹색성장’이 최대의 화두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자랑스러운 일인 듯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제적인 사기와 망신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포장만 녹색이지 실상은 토목사업이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화두로 내세운 것은 세계적 추세에서 바람직한 것일 수도 있다. 경제위기와 실업문제, 기후변화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녹색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녹색뉴딜의 내용은 한반도대운하(4대강정비사업), 경인운하, 전국일주 자전거도로 건설, 고속전철 조기완공 등이다. 여기다 심각한 안전문제가 있는 원자력 산업까지 녹색산업이라 우기고 있다.

운하건설을 녹색산업이라고 말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운하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4대강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포장하여 운하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더 나아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입증된 경인운하를 ‘경인아라뱃길’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경인운하를 ‘녹색 뱃길’이라고 버젓이 텔레비전 광고까지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분명 운하건설이 녹색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운 지 10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토목사업 이외에 정말 녹색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풍력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가장 유망산업인 태양광 발전을 육성하는 발전차액제도를 대폭 축소하여 관련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에 대한 여론몰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만 아니라 국제적인 여론몰이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국제기구(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단체이지만 체면상 밝히지 않는다)를 내세워 ‘거짓 녹색성장’을 홍보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이 마치 녹색경제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담장인 국제컨벤션센터에 대규모 녹색성장 전시관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녹색성장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상회담에 참여한 아세안 국가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이 한국의 녹색성장을 칭송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들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녹색성장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녹색성장과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가 외국에 전달되고 그것이 외국인들을 통해, 특히 전문가들을 통해 한국정부가 녹색경제로 전환하여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설정하지 않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음에도 여전히 의무감축을 피해나갈 궁리만 하는데도 말이다. 여기다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의 잘못된 녹색성장 모델을 배워가서 자국의 경제와 생태계를 망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한국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이명박식의 거짓 녹색을 정확히 파악하여 알리는 역할을 국내는 물론 국제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 역할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며, 만약 실상이 뒤늦게 밝혀졌을 때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한국의 국가신인도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거짓 녹색성장 놀음을 당장 거두어 들여야 함이 우선이지만 스스로 그리할 의사가 없다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승국 / 녹색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