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09.00:10
사르르 눈 감으셨다.
한참을 가빠지던 호흡이 힘들었던지
또 한참동안을 시간 간격을 벌려가며 조금씩 호흡이 느려지더니
고통으로 약간은 인상이 써지던 아버지의 얼굴이
살짝 미소짓는 얼굴로 변화를 일으킨다.
콧등의 온도가 어떤지
콧김은 여전히 나오는지
뺨을 콧등에 대보기도 하고
콧김을 느껴보려 하기도 하고...
분당 호흡수를 세어가며
손 잡고 있는 나와
내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시기만 하던 어머니.
한시간여 전에
어머님의 부탁으로
다니던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임종예배를 본것이 참 다행이었지...
어머님은 임종시의 아버지 얼굴에서 미소를 보고는
천국으로 가셨다고
겉으로는 기뻐하셨지만
어찌
육십여년을 같이하면서 쌓아온 情과恨을
보내면서 어찌 눈물이 없을 수 있으리요...
매년 요맘에 아버지 기일이라는, 그래서 가족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변형된 제사를 드리게 되면서
일년에 단 한번 정기적으로 네 형제가 한자리에 모여보는구나!
다들 교회에 열심인 형제들인지라
일반인들은 쉬는 일요일에도
우리 형제들은 각자의 교회일로 더욱 바쁘니
한 자리를 같이 한다는 일이 거의 없어왔다.
그나마 아버지의 소천으로
우리 네형제에게
같이 어울림의 소중함을 알았으니
아버진 자식들에게 살신성인의 본을 보이신 것이리라.
30층가까이 되는 아파트의 중간쯤인 15층의 베란다에
화단을 꾸미라고 만들어진 공간을 텃밭으로 용도변경하고
상추를 심어놓은 사이 사이에
어머님이 키우시던 부추를 가져와 심었습니다.
인천서 태어나 쭈~욱 살다
강원도로 온지 이제 거의 15년이 되어가는데
다시 인천이나 큰도시로 나가서는 정말 못살 듯 싶습니다.
고층건물의 화려함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저 답답함이 느껴만지니...
네 형제와 그 자식들
그리고 어머님이 저 상에 둘러 앉아
아버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가족 예배를 드리고
형수님께서 힘들여 준비해 주신
맛난 음식을 실컷 먹었습니다.
중부 이북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홍탁삼합도 올라 왔기에
톡하고 쏘는 암모니아 냄새를 참아가며
열심히 먹어 보았습니다.
탁주만 곁들였다면 완벽했을텐데...
술이 죄악시 되는 분위기로 아예 준비도 되어 있질 않았을테고
또 장거리 운전을 앞에두고 옆지기의 눈치를 극복해가며
만용을 부릴 수도 없기에
그저 안주만 열심히 먹었다지요...ㅡ.ㅡ;;
아버지의 유언대로 화장을 하고 모신 납골당에 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한식이 겹쳐 입구부터 복잡한 길을 걸어 들어가며
으례 있는
키워져 팔리는 꽃들과 함께
물오른 나무들이 봄이 만연했음을 멀리서도 느껴집니다.
특히나 수양버들은 완연하게 초록이 돋아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도 하늘에서 봄 꽃을 즐기고 계시겠죠?
귀래에 같이 심은 매화나무도 앵두나무도 복숭아 나무에서도
다닥다닥 꽃들이 피어나고 있답니다.
즐겨 부르시던 가곡들을 꽃구경하시면서 부르세요~~!
다시 원주로 돌아와서 어머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고
밀린 숙제 같았던 이발도,목욕도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작은 동네 공원에 핀 목련과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벚꽃의 사진입니다.
와룡님의 집에서 보았던 봄이
이제 여기로 옮겨져 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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