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간절하면서도 두려운 이유 | |||||||||||||||||||||||||||||
[최혜원] 일제고사 파문을 바라보는 어느 해직교사의 속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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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언론은 연일 이어지는 ‘일제고사 파행’ 을 팝콘 터지듯 팡팡 터뜨려대고, 시민들은 분노하고, 교육청은 “미안합니다~ 이럴 줄 몰랐습니다~”로 연신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육 뉴스 헤드라인을 쭈욱 훑어보다보면, 미간에 주름살만 잔뜩 이다.
딱, 하나만 물어보자. 정말, 정말로, 이럴 줄 몰랐던 걸까, 다들? 일제고사 반대 문제로 해직된 지 벌써 75일째.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여 짱돌을 들기는커녕 시대에 반항의 목소리 한 번 못내는 무력한 20대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그나마 비정규직이라도 얻어보려는 중장년층의 경쟁 또한 눈물을 자아내는 이 시대에 애초에 ‘경쟁교육’에 대항하는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직장, 철밥통, 신붓감 1순위라는 화려한 사회적 지위를 등지고 ‘양심’, ‘신념’, ‘정의’ 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들을 지키고자 해직을 감내한 우리들의 모습은 아마 조금 생소했을지도 모른다. 해직 이전에는 늘 애들이랑 치고받으며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월급날이 다가오면 살짝 기분이 들뜨는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나는, 어느새 ‘해직교사’라는 무거운 이름을 달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투사’가 되어 있었다. 일제고사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사람들은, ‘왜 지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미리 걱정하느냐’ 며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경력 3년차도 다 채우지 못한 나에게조차 일제고사는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정말 ‘이건 아니잖아!’였다.
그리고 해직 사유가 되었던 10월 일제고사를 앞두고 나는 한 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영국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한 글이 담긴 <위기의 학교>라는 책이었다. 그 책에는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이번 12월 일제고사 이후 터져 나왔던 각종 사건들에 대한 소름 끼칠 만큼의 예견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운동부, 특수학교에 대한 교사들의 시험 불참 유도, 시험 결과 인사 반영으로 생겨난 경쟁, 성적 부진 학생들을 결석시키는가 하면 교사들의 성적 비위, 더 나아가 성적 부진 학교들은 몽땅 폐교시켜버리는 정책까지. 영국의 모습은 한국의 미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학교 정보 공개법, 교원평가제, 성과급제도, 고교선택제, 그리고 그 핵심을 지나는 일제고사는 결코 다른 몸통이 아니다. 하나의 몸뚱이에서 뻗쳐 나온 여러 개의 팔일 뿐. 그 몸뚱이의 이름은 ‘신자유주의 경쟁 교육’이다. 일제고사를 시행하여 나온 결과를 학부모의 ‘알 권리’를 내세워 전수로 수집해서 지역별, 학교별,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학급별, 학생별로 공개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안 그래도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원 평가’의 가장 훌륭한 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고, 그 평가 결과는 고스란히 돈으로 환산되어 교육 노동자들을 채찍질하는 성과급 제도로 둔갑한다. 더 나아가 학교별로 공개된 일제고사의 평균 점수가 학부모들의 고교 선택을 위한 훌륭한 기초 자료가 되겠지. 너무나도 불 보듯 뻔한 진행이었다.
“너, 이번 일제고사 성적 똑바로 안올리면 우리 교육청은 얼굴도 못 드는 거야. 그 뿐인 줄 알아? 성과급 C등급에다가 언젠가 무능력 교원으로 퇴출될 걸?”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우리 반 아이들 일제고사 평균을 올리기 위해 스물일곱 해를 지나오며 길러두었던 모든 창의력과 상상력을 동원했겠지? 자, 아침자습은 무조건 ‘시험 문제 잘 풀고 잘 찍기’ 다. 모든 교과 수업은 일제고사의 문제 출제 예상과 정답 풀이로 귀결된다. 하루에 한 번 예상문제로 시험을 보고 틀린 수만큼 아이들 엉덩이에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때려준다. 시험 전날에는 모든 아이들에게 윽박지르고 얼러가며 밤새기를 종용한다. 사교육도 좋다, 용한 족집게 학원을 소개시켜주며 등록시킨다. 시험 보는 날에는? 당연히, 교사가 답을 알려주면 성적 비위로 잘리니 우리 반 공부 잘하는 반장 녀석에게 은근슬쩍 답을 뿌리도록 유도한다. “야구부, 너는 내일 하루는 안 나와도 된단다~” 하고 생긋 웃어주는 센스. 아, 참으로 끔찍하다. 내가 이렇게 최선을 다해 교직에 임했다면 (?!) 난 잘리기는커녕 지금쯤 성과급 A등급 받은 돈으로 술이나 사 마시며 즐겁게 교직생활을 이어갔을 텐데…. ‘해직교사’ 인 나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빨리 복직해서 아이들 다시 만나셔야죠~!”라고…. 어찌 나라고 복직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지금의 이 공교육 판으로 내가 돌아간다 한들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돌아가 봐야 또 사교육 들쑤시는 정책에 내몰리는 우리 반 서글픈 아이들을 붙잡고 울어야 할 것이다. 학원비로 등골 빠지고 경쟁에 내몰려 늘 불안한 학부모님들에게 ‘그래도 참교육 하시라’며 애걸복걸해야 할 거다. 그리고 ‘전교조 빨갱이 교사’로 학교생활을 무던히 견뎌내면서 강제로 커밍아웃 당하고 언제 퇴출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겠지. 아니, 그 전에 복직하자마자 다시 잘릴는지도 모르지. 일제고사가 계속 시행될 것만 같은 불안한 이 판국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찬바람 쌩쌩 불어오는 교육청 앞으로 나선다. 투재애애애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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