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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5... 이치를 따진다는 것...

똘돌이 2008. 12. 16. 13:29
  • 이치를 따진다는 것... [244]
  • 세일러 세일러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444760 | 2008.12.13 IP 125.1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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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즐거운 주말 아침입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에 일일이 감사 말씀을 드릴 수 없어서 여기서 한꺼번에 감사드립니다 ^^

 

제가 전 글에서 아고라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 같은 게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제가 참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 지금의 느낌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과분하게 격려해주시고 걱정까지 해주시는데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그래도 마음 편하게 글을 쓸 수 있겠다,는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사실 마음의 부담이 팍팍 가지요. 부담이 느껴질 때마다 여러분들이 보내주시는 과분한 격려와 걱정을 생각하며, 거기서 에너지를 얻어서 쭉쭉 써나가겠습니다.)

 

댓글 중에 제가 악플에 영향을 받을까 걱정해주시는 글들이 보였습니다. 이 부분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제가 전에 느꼈던 부담감이란, 오히려 저를 너무 과분하게 바라봐주시는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었습니다.

 

악플은 그냥 흘려들으면 됩니다. 사실 제대로 다 볼 수도 없습니다 ^^;

 

그리고 또 한 가지, 악플 다시는 분들도 직업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한 가지 경험한 게 있는데, 지하철 입구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분들이 있는데, 전에는 이걸 안 받는 게 제 신조였습니다.

 

러시아워에 지하철 입구에서 전단지를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서 끝끝내 받는 것을 거부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아주머니 셨는데, 열심히 권해도 제가 끝까지 받지를 않으니, ", 이런 것도 좀 받아주고 그러세요..." 한 마디를 저에게 던지더군요.

 

그 한 마디 속에 여러 마디의 말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권하는 전단지는 모두 받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악플을 다시는 분들, 달아야만 하는 분들에겐 그것이 직업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일을 통한 수입이 그리 많지 않을지라도 자신의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겠지요. 그래서 저는 악플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릴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은 주말 아침이고 해서 간단한 얘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저는 예전에 ‘이치’가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TV 뉴스에서 방부목(썩지 않는 목재)의 부작용에 관한 보도를 보게 되었습니다.

 

TV 화면은 생태하천 수변공원에 목재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속에 나무기둥을 박고 그 위로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나무판재로 길을 만들어놓은 산책로였습니다.

 

그 물 속에 박힌 나무기둥이 방부목입니다. 나무를 물 속에 박아도 썩지 않게 만들어 놓았으니 인간의 기술이 참 많이 발전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무는 원래 썩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게 이치에 맞습니다. 나무도, 동물도, 사람도 때가 되면 생명이 다하고 썩어서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것이 자연이 순환하는 이치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기술이 나무를 썩지 않게 만들어놓았다? 그것은 부자연스럽고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결국 부작용이 생겼음을 뉴스에서 보게 된 것입니다.

 

수변공원에 방부목을 박아놓은 곳에서 기형 올챙이들이 생겨났습니다. 조사해보니 방부목이라는 것이 맹독성 약품처리를 해서 부패작용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앞으로도 생기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랍니다.

 

그 약품들이 물에 녹아들어가고 기형 올챙이들이 태어나게 만든 것입니다. 인간의 만용이 죄없는 개구리, 올챙이와 자연에 해악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그 약품들이 올챙이들에게만 해를 끼치고 말까요?

 

하천에 녹아들어간 그 약품들은 결국 어디로 갈까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방부목이 전원주택(통나무집)에도 많이 쓰이니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저는 결국 최종판단 기준을 ‘이치’로 잡아도 되겠구나, 이치를 거스르는 인간의 알량한 첨단 기술이라는 것이 결국 부작용을 일으킬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첨단금융상품들이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서브프라임(이름도 그럴 듯 하게 붙여놓습니다. 결국 연체율이 무지 높은 채권인데요) 모기지 채권을 ‘유동화’(첨단금융기법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그동안은요…)시키고 쪼개고 섞어서 포장을 새로 하면…

 

이제 안전하고도 고수익이 나는 채권이 되었다, 고 하면서 전 세계의 금융기관들에게 팔았습니다. 우리 나라의 금융기관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첨단금융’상품이라면서 이를 샀습니다.

 

하지만 이치를 따지고 보면 이상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연체율이 무지 높은 채권인데, 그걸 가지고 무슨 짓을 하건 간에(유동화시키고 쪼개고 섞고 포장지 바꾸고 등등그게 갑자기 안전하고도 고수익이 나는 채권이 된다?

 

뭔가 이상합니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지요.

 

결국 문제는 터졌습니다. 알고 보니 미국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첨단금융’상품이었던 셈입니다. 자신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것을 상당부분을 외국 금융기관들에게 떠 넘긴 셈(이게 유동화입니다)이니까요.

 

경제’위기’상황은 우리에게 스스로 판단하도록 요구합니다‘첨단’ 전문가들이 ‘첨단’ 상품, ‘첨단’ 기술을 얘기하더라도 그대로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가 첨단 전문가들과 대등한 지식 수준을 단시간 내에 쌓을 수는 없습니다. 또 그들과 대등한 지식 수준을 단시간 내에 쌓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겠다고 들면 실수하기도 쉽습니다. 이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 ‘이치를 따져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앞서 설명드린 수출업체(주로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나 은행의 과잉 대출 문제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한 쪽 방향으로 과도한 쏠림이 생겼던 것이 문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쪽 방향으로 지나치게 쏠린 것은 결국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용수철을 강하게 누르면 누를수록 그 만큼 나중에 되튀어오르는 힘이 커집니다. 이러한 이치는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지금 나타나는 여러 경제 현상들, 위기현상들을 볼 때마다, 과도하게 쏠린 것은 결국 돌아와야 한다, 는 생각을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과도한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추신: 댓글 중에 제 필명 세일러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일러는 sailor, 뱃사람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