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종교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요?

똘돌이 2008. 12. 12. 21:41

속세의 모든 욕심을 버리고
도 딱고 있는 중...

성철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요?



세 가지 세상이 있습니다.
이를 ‘화엄경(華嚴經)’에서는 삼종세간(三種世間)이라 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기세간(器世間) : 물리적으로 있는 세상.
중생세간(衆生世間) : 중생들의 세상.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 : 마음의 눈을 뜨신 분들의 세상.』

그런데 이 3가지 세상은 각각 별개의 세상이 아닙니다.
하나의 세상이 3가지의 세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3가지의 세상은 서로 다른 세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같은 세상을 같은 세상이 아닌 3가지 세상으로 구분 짓게 만들었을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상(對象)'보다도,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입니다.
즉, 세상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입니다.
세상엔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는 사람의 마음에 있습니다.

이 우주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거대한 세상, 즉 ‘기세간(器世間)’입니다.
우리는 이 기세간에 있고,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認識)하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한결같은 세상이 각자의 마음에 비춰지면서 다른 세상이 됩니다.

마음이 욕망과 집착으로 물들어 있는 사람들에게 인식된 세상이 ‘중생세간(衆生世間)’입니다.
괴로움이 있는 세상입니다.
한 점의 물듦도 없는 맑고 밝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비춰보는 세상이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입니다.
평안과 자유로움이 있는 해탈의 세상입니다.

이렇듯 3가지 세상은 별개의 세상이 아니고 인식하는 사람의 마음의 상태,
즉 오염여부에 따라 차이지는 세상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괴로움과 행복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상태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리켜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인식이 달라집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어떤 대상에 의해 일어난 듯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욕망에 따라 일어난 것입니다.
괴로움과 행복, 좋음과 나쁨, 청정함과 더러움 등은 대상(존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인식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인식’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기세간이 차원이 다른 중생세간, 지정각세간으로 펼쳐지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세상보다도, '세상을 비추어내는 네 마음에 주목을 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계신 것입니다.
공부는 내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바꾸는 일이어야 합니다.

성철큰스님께서 1981년 조계종 종정 취임 법어로 내리신 가르침 중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 사이에 회자(膾炙)되었고, 그 의미를 놓고 설왕설래도 많았습니다.
그 중 삼단논법(三段論法)으로 보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삼단논법을 취하여 위에서 설명한 3가지 세상에 대비하여 제 견해를 붙여보겠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는 ‘기세간’입니다.
나와 상관없이 물리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세상입니다.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로다.’ 이는 ‘중생세간’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기세간을 각자 오염된 마음으로 인식한 세상입니다.
이해에 얽혀 저마다 가치를 부여하고 사물을 대하니 더 이상 산은 있는 그대로의 산이 아니고, 물은 있는 그대로의 물이 아닙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는 ‘지정각세간’입니다.
탁한 마음을 맑히고 밝혀서 반야(지혜)의 눈을 뜨고 보니 산은 본시 있는 그대로의 산이고, 물 역시 있는 그대로의 물인 것입니다.
내가 인식한 세상과 물리적으로 본래 있는 세상이 조금도 다르거나 차별이 없는 있는 그대로의 실상(實相)의 세상입니다.

성철큰스님께서 일러주시고자 한 세상은 세 번째 세상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수행(공부)을 통하여 세 번째 세상을 보아야 함을 일러주기 위합니다.
부지런히 공부하여 ‘마음의 눈’을 뜨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욕심에 의하여 대상(사물)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맞이하고 걸림 없이 살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성철큰스님의 81년 종정 취임 법어 전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는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日行千里 -



              정림사랑방



            ♬ Casa Bianca / C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