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When your mind is made up) |
밤택시 6년차 Nightowl입니다.
"형님!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일 잘 마무리하고 오세요." 말은 이렇게 하였으나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이 세상을 뒤덮을때마다 총기로 반짝이는 두눈과 가을하늘의 청명함처럼 맑아오는 머리는 'Chidren of Darkness'만이 누려온 특권인데 단 몇개월이나마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배차를 새로받고 새파트너를 배정받아 시작된 일주일간의 주간근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 이 기회에 좀 쉬어가자!'
출근전쟁 아침 8시 50분 청담역. 아침 9시가 가까와질수록 강남의 전철역주변은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긴 줄을 이루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강남일대는 CCTV가 너무도 잘 설치되어 있어 합승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예외인 곳이 있다는걸 주간근무 이틀만에 찾아내었다. 바로 청담역에서 삼성역쪽으로 향하는 코스가 그곳이었다. 지하철 입구에 늘어선 긴줄앞에 택시를 세우니 맨앞손님이 앞좌석에 탄다. 뒤에 선 손님들이 다급하게 물어온다. 그렇게 4명을 꽉 채웠다. 여자 셋, 남자 하나. "요금은 1,500원씩 받겠습니다. 9시안에 가셔야죠?" 출근시간에 몰린 차량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는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이리저리 차선을 바꾸고 있는데, 봉은사 사거리에서 신호에 딱 걸린다. 신호떨어지기만 기다리다가는 1분 30초를 까먹는다. 겨우 차량 한대만 다닐만한 골목길을 전속력으로 통과하니 목적지 도착하기전 좌회전 신호가 켜있다. 저 신호를 받으면 1분이상 절약이다. 4차선에서 1차선으로 급차선변경. 맨 먼저 내리는 남자손님이 요금을 지불하며 한마디를 건넸다. 남은 손님들이 차례대로 내리면서 인사를 잊지 않는다. 여러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연한 불법이 자행되는 현장.
낮에 만나는 사람들 밤손님만 상대하다가 낮손님을 상대하니 뭔가 다른점이 있다. 밤에 3,500원의 요금은 별게 아니지만 낮에 받는 3,500원은 더 없이 소중하다.
"요즘 택시는 어떠세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손님들이 맨먼저 던지는 화두는 단연 "요즘 택시는 어떠세요?"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손님들 대부분은 입을 닫아버린다. "권력눈치 안보면 여지없이 모가지 잘라버리고, 어디 이래서 대한민국이 발전하겠습니까? 권력에 줄대느라 정신없는 검찰 나부랭이들 보면 이 나라가 어찌될지 참 한심합니다. 이게 심각한 문제인데요. 요즘은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겁난다니까요.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험담해도 아무 꺼리낌 없었던 나라에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혹시 이러다 유언비어 유포죄로 불려가는거 아냐?'라고 생각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죠." 결론은 이겁니다. "요즘 택시는 아무 문제 없거든요? 근데 앞으로가 문제죠. 니들이 망하든가 우리가 망하든가. 그러기 위해서 뭘 해야하죠?"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When your mind is made up) 다시 밤으로 돌아왔다. 어색하게 구입했던 선글라스를 사물함 한구석에 잘 모셔놓고 다시 일주일간의 밤일(?)을 시작했다. 밤 12시 30분. 압구정동. 킨텍스 지나 새로생긴 아파트 단지란다. 4만원짜리 손님. 이 맛에 밤일(?)이 좋다니까! 택시를 타자마자 이곳 저곳에서 전화가 오고 걸고. "손님! 오늘 생일 이신가 봐요." MP3를 조작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 음악을 듣기전에 먼저 하나 물어볼게요? 혹시 once란 영화 보신적이 있으신지." 제목은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입니다. Music Start! "
When your mind is made up - 영화 once 중에서 http://blog.daum.net/night_taxi
좋은 음악을 들었을땐 그 남는 여운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 "와~ 넘 좋아요. 이 영화 꼭 봐야 되겠네요." 한사코 미터기요금만 받겠다는 내고집을 꺽지 못한 손님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다시한번 생일 축하 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서울로 돌아오는길. 생일선물로 선사했던 노래를 다시 틀어본다. If you want something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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